제10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섬' 외 4편

by 에이미 posted Feb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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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씨앗

바람에 흘러 섬에 도착했다

바람을 따라 멀리도 날아왔다

한참을 흘러 섬에 도착했을 땐

내가 떠나온 곳은 온데간데없다

다시 바람에 몸을 싣는다

혹시나 돌고 돌아 다시 그곳으로 갈까

또 바람을 탄다

바람 속에 들리는 엄마의 부름에

목이 찢어져라 대답해보지만

허공에 흩어진다

작은 민들레씨앗이 섬에 갇혔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그가 결심한 듯 내 위에 한 자 한 자 적기 시작해요

지웠다 적기를 반복하더군요

나를 구겼다 폈다

버렸다 주워담기를 여러 번

이미 많은 글들이 적힌 터라 남아있는 자국을 보며

망설이더군요

적지 말아야 할 글들이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이

내 위에 남더군요

나는 그냥 그에게 한 장의 종이겠지만

쓰는 동안 닿아있는 손이 따뜻했으니 남은 글들을

다시 적게 놔두기로 했어요

 

아직 본론은 시작도 못했으니






할 수 없는 것

 

바다 속 물고기야 언젠가부터 나는 널 사랑한다

아마 넌 내가 짐작하는 곳보다 더 깊고 더 멀리 살겠지

아무리 널 사랑한다 해도

난 바다에 살 수 없고

아무리 네가 보고 싶다 해도

너와 영원히 함께 그 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

들여다보면 닿을 것 같아서 손을 뻗어 보지만

너는 보이는 것보다 가깝지 않다

옆에 두고 만져주고 아껴주고 사랑하고 싶지만

나는 물 속에서 살 수 없으니 이렇게 들여다 보는 게 다이다

너무 그리우면 바다에 뛰어 들겠지만

그 날이 아마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되겠지

물고기야 우리가 만나는 날이 온다면

마지막 숨을 내쉴 때까지 꼭 안아줄게






이어폰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문을 닫는다

다른 사람 소리엔 관심이 없는지

귀에 문이 닫혀있다

바쁜 사람들은 하루가 짧아

남의 인생엔 관심이 없다

저 학생은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주름살엔 관심이 없고

저 아저씨도 앞에 앉은 노인네의 인생엔 관심이 없다

새로 버스에 올라 탄

사람들도 문을 닫는다

오늘도 사람들은 문을 닫는다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다툼


방 한 칸 침대 위 정리 안된 옷가지들 위에 누웠다

어지러운 방만큼 머리가 복잡한 사람이 있다

속상함을 힘껏 내쉬었다

방 한 가득 속상함이 뿌옇게 쌓인다

다시 속상함을 들이 마신다

창문만 열어도 모두 달아날 텐데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번 더 잠긴 문을 확인한다

사람은 속상함에 눌려 먼지가 되고싶다





이름 : 김효주

메일 : kimhyojuamy@naver.com

전화 : 010 7365 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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