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여기에서 하는 말' 외 4편

by 보닌 posted Feb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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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하는 말>


늘 너는 거기 있는 줄 알았다.

손 뻗어 닿는 그 곳에

기다란 웃음 지으며

늘 너는 거기 있는 줄 알았다.


늘 너는 거기에 있었다.

미처 고개를 다 돌리기도 전에

내 눈에 담겨온

늘 너는 거기에 있었다.


늘 나는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너를 뒤에 세우고

손을 뻗었다 놓았다 하며

늘 나는 여기 있을 줄 알았다.


늘 나는 여기에 있었다.

나 힘겨울 때에만

고갯짓 뒤로하며

늘 나는 여기에 있었다.


이제 너는 거기에 없다.

손을 뻗어도 닿는 것은 없고

기다랗던 웃음은 향기만 남은 채

이제 너는 거기에 없다.


아직 나는 여기에 있다.

뒤늦은 마음 접어

기다림에 띄우는

아직 나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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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했다 한다>


베게 하나 없이 누워 한참을 울다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돌아온 네게는

기회가 주어질 내게도

나 조금 더 멋진 사람여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혹여 내게 더디게 오고 있을지도 모를 네게는

그래서 네 쪽으로 힘껏 가볼지도 모를 내게도

나 조금 더 괜찮은 사람여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제 울지 않아야지 했다.

그만 몸을 일으키자 했다.


뻑뻑해진 가슴 어디쯤을 문지르며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했다.

이러지 말아라 말자 했다.


여전한 가슴이

알았다 한다. 그래 그러마 한다.

네 얼굴을 들고

귀 언저리로 번진 눈물 먼저 닦아보자 한다.


그래. 나 이제

너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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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사는 여자>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


한 여자가 있었더랬지.

그 여자는 이상하리만치 빼빼했단다.

늘 땅을 보며 입김을 호호 불어댔지.


하루는 동네 아낙이 소근댔어.

그 여자, 늘 겨울에만 산답디다.

내가 물었어.

왜 한 계절에만 사는가.

예전에 어느 이가 여자의 봄을 가지고 갔답디다.

아낙은 목소리를 더 낮췄어.

어느 누구도 여자의 겨울을 불어내지 못했답디다.

나는 왠지 화가 나

도대체 여자의 봄을 가져간 이가 누군가 물었어.


아낙이 말하더군.

어느 인지는 모르나 여자의 사랑였답디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


떠나간 사랑 때문에 온 일생을 겨울에만 사는가.

그건 꽤 한심한 일이 아닌가.


아낙이 말하더군.

그 사랑, 여자의 전부였답디다.

자세히는 모르나 그가 와야 봄이 온답디다.

그래서 저 여자 늘 언 땅에 입김을 부는겝니다.

땅이 녹으면 봄과 함께 그 사람 올까봐서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단다.


한 여자가 있었더랬지.

그 여자는 이상하리만치 빼빼했단다.

늘 땅을 보며 봄이 오길 기다렸었지.

그 여자 늘 겨울에서 살았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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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앉기>


무릎을 굽혀

가슴팍에 부른다.


가만히 턱을 괴어

모든 나를 불러낸다.


오롯이 나와 나만이 있어

서로를 정독한다.


가만히 숨죽이면

모든 내가 들려온다.


무릎을 굽혀

가슴팍에 부른다.


가만히 턱을 괴면

모든 내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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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나>


검은 밤이 내려 앉아

나 앉은 창문께로 올라서면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서

벌써 어둠이 왔나 한다.


분명 눈 뜬 새벽부터

어디엔가 발을 딛고

무엇인가 만져대고

무언가를 보았는데


그 눈 감아야 할 어둠이 오니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


눈이 멀어버린 걸까

소매깃으로 검은 창가 슥 하고 닦아보니

묻어나는 건 무향 무음의 밤공기 뿐.


아 나는 하루를 밤으로만 살고 있나.

내 영혼 하루 종일 잠들어 있나.


강지윤 kangjy92@naver.com

0108560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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