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그냥 그런 날.
가끔 혼자 길가다 보면
쓸쓸해 질 때가 있는 것처럼
오늘이 그런 것 같다, 마냥 그저.
비는 그저 오는데, 우산은 그냥 없고,
친구는 연락이 끊기고, 그냥 왠지 취하고픈 날.
그런 날인가 보다, 오늘이.
사람하나 없는 길가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사람한명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그냥 좋은데 오늘은.
나도 나인지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되는 순간,
누군가가 내 곁에 없다는 걸 느낀 순간, 그냥 그렇다고.
어두컴컴한 밤 거리에서, 혼자 빛나는 전화부를 켜,
아무한테나, 그냥 보이는 이한테 전화를 걸면,
받지 않겠지. 그래, 우린 그냥 그런 사이였으니까, 그래, 맞아.
유난히 빛나는 간판을 따라,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고요함이 날 반긴다. 그래, 다시 날 내친다.
안주하나, 그리고, 매일 마시던 걸로.
아무도 없네. 모두 날 피한 것 같은데, 그래, 아니겠지.
기분 탓이겠지. 아프다. 몸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는, 뻔한 소리는 안해.
유치해. 그냥, 힘들다. 하루 종일 일해도 남는건,
통장 잔고, 0
딱 하루만 쉬고싶다. 그래, 딱 하루만.
근데, 그 하루는 내가 죽어야 오는 걸까.
아무리 바래도 오지를 않네.
어렸을 땐, 바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어.
어른이란 명찰을 달고 있는데,
떼버리고 싶어. 거의, 아니, 매일 매일.
어른이 뭔데? 가끔은 어른이 아니고 싶다.
다, 필요 없는 짓이란 걸 느꼈을 땐, 이미 늦어버렸으니까.
다시 선택권이 주어지면, 어른은 되지 않아야지.
그냥, 그런 꿈을 꾼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