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외4편

by 키다리 posted Sep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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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간조로 드러난

붉은 노을이

물기 머금은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며

격포 해수욕장 아랫길 닭이봉에서

책을 읽는다

 

젊은 아이들이 폴짝폴짝

흩어진 책장을 걸어 다니며

샷타 소리를 남기고

 

갈피속에 묻힌 바람이

동굴을 만들어 놓고 파도를 기다린다

 

돌아 앉은 인어의 어깨 사이로

흰거품 내 뿜으며

읽어가는 세상 이야기

 

칠천만년의 세월을 품고 쌓아 온

읽지 못한 수많은 책들

빈속에 서 있어도

배가 부른

 

낙엽

자동차 불빛이 번쩍일때 마다

등에 업은 바람 타고

쥐 떼들이

흙 속으로 달려가는 소리

촤르르

촤르르

 

두 눈 반짝이며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골목안이 시끄러운 것은 멸망이 아니다

 

태양을 마시고

바람속을 걸어 다니며

바쁜 생을 일궈오다

세월에 밀려

약삭 빠른 동작으로

 

촤르르 촤르르

쥐 떼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소리

기쁜 윤회의 아우성 같아

 

기부의 행복

지금은 오그라드는 몸뚱이

악바리처럼 살아 온

조막손을 펴

수중에 끼어있는 귀한 시간을 사회를 위해 던지고 나니

마음이 이토록 편할 수 가없다

 

한때의 목숨을

고달픈 세상에 풀어 두었다가

넉넉한 결실은 아니지만

알차게 뫃은 시간

 

굽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귀한 마음이

새롭게 피어나는 싹들의 희망이 되어 준다면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탁트인 하늘만큼

후련해지는 마음

 

제비꽃

솔가리가 제잘 거리는 사잇길을 걷다가

내 마음의 틈 바구니에 낀

작은 거인들을 보았네

 

키가 크면 늘어난 창자 때문에

속병이 많아

수명이 짦아 진다는데

 

작은 가슴으로

태양을 껴안고

별을 노래하며

 

마음 설레는

보라빛 꿈을 꿔 본일 있느냐고

자랑을 하더니

아무도 찿지 않는 외길만을 걷고 있구나

 

강남의 3월이

9월을 물고가는 전설을 안고

녹색 투구를 슨채 우주의 존재를 밝히듯

 

작은 거인의 노래를

소리없이 부르고 있네

 

이팝나무

아득히 먼 하늘 속으로

어머니의 미소가

하얗게 피었네

 

꽁 보리밥

곤피밥

시레기 경죽

눈물로 버무린 가난한 손길

 

이팝이

어디 있었나

 

풍성한 이팝나무

그늘에 앉았으니

 

하얀 어머니의 눈물이

뚝뚝

가슴으로 떨어지네

 

         김규석

         1943년생  부산   전화010-8945-1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