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눈을 뜨다>
재촉하지 않아도 흘러드는 것이 세월이듯
너를 위한 나의 기다림과 설레임이 그러하다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서투른 첫사랑의 기억이
밀어내도 찾아드는 너로 인해
나의 심장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그 설레임으로 물이든다
매순간 시작되는
내 무한한 사랑이
너를 불러 오롯이 나의 사랑이길
내 어리석은 욕심으로
너를 흔들어 내 맘을 채워내고 싶지 않다
살아가는 의미에
때를 묻히고 머뭇거리다
기다림만으로 떠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도
아낌없이 사랑했노라
가슴에 품은 고백은 내 것으로 안고 가고 싶다
내 섰던 그 자리 어디쯤인가
또 다른 기다림과 설레임이
너를 찾아
새로운 사랑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목련 그 아름다움에 취하다>
너만 모른다
내 발걸음을 붙잡고 서성이게 했던 것이
너였다는 걸
겹겹이 쌓여진 네 맘을 열기위해
긴긴날 꼬박 너를 위해
숨죽인 내 마음이
사월 속에 묶여 살아왔던 시간들을
피고 지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
마주한 너와 내가 나누고 싶은
수많은 말들이
곱씹고 곱씹어
잠꼬대처럼 읊조려 시가 되고
눈물 되어 내린 그 자리로
꽃봉오리 방울방울 하얗게 꽃물이 들어간다
너만 모른다
삼백예순다섯날 떨리는 내 눈빛 바라기였던 것이
너였다는 걸
숨소리의 파편이라도 듣기위해
공기로 전하는 모든 소리들을 삼켜가며
사월 속에 담아 감춰왔던 아픔들을
오고 가는 계절 묻힌 날들 속에
함께할 너와 내가 남기고 싶은
수많은 추억들이
맴돌고 맴돌아
습관처럼 머문 그 자리로
꽃봉오리 방울방울 하얗게 꽃물이 들어간다
<아버지>
그 푸르던 오월이
이젠
가슴 한켠에 묻어두고 싶은 통증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뭔지
후회가 뭔지 모르고 살던 시간들을
떠나신 아버지
당신이 깨닫게 하셨습니다
붉은 카네이션을 당신 무덤 곁에 묻고
돌아서던 날
슬픔이,
채워지지 않는 당신의 빈자리를 대신 하였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짓말 같은
당신의 죽음 앞에서
나는 울음조차 잊었습니다
식어가는 당신의 육신과 마주 앉아
장례식장 으로 향하던 그때에도
눈이 부실만큼 푸르던 오월은
따스한 햇살로 가득 했습니다
아버지!
그 푸르던 오월이
다시 돌아왔지만,
당신은 여전히 돌아올 수 없고
나는 오늘도
당신이 떠난 그날처럼
아버지!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존재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당신을 잃고 나서
얻은 뒤늦은 깨달음이
아버지!
당신을 더욱더 그립게 만듭니다
아버지!
당신이 내게 주고가신 소중한 기억들로
내 남은 삶과
살아갈 날들이 외롭지 않음을 압니다
그 푸르던 오월이
아버지!
당신의 추억들로 가득 차 있기에
<人生>
초라한 웃음 뒤로
감춰진 삶이란
훈장처럼
달라붙은 주름위에
거뭇하게 피어오른
검버섯과
황폐한 두 볼처럼 늘어진
살가죽과
목줄인양 달고 다닌
열세자리 숫자들과
굽어진 등에
짐스럽게 얹혀진
희. 노. 애. 락
욕망의 문이 열리며
스며드는 번뇌들이
백팔괘의 굴레를
돌고 돌아
희망과 절망사이의 탑을
쌓고 부수어내길
수백만 번
인연의 사슬로 얽혀진
삶의 잔해로
남겨진 흔적들과
과거에 불과한
처절한 시간들을
허무와 공허란 이름의
빈터에 뿌려놓고
보잘 것 없었던 여정이
멈춰선 곳에서
한줌의 재로 허물어져
지친 육신을 누인다
<오후의 휴식>
마음이 쉬어가길 청하니
가던 걸음도 주저함이 없구나
땀방울 쓸어내린 소맷자락
일각의 여유를 베어 물고
바위 틈 사이
흘러가는 물길 따라
발길질에 녹아내린 더위가
무색할 즈음
여름매미는 매-앰맴
짙어가는 녹음에 빗질을 하고
돌계단 베게삼아
피곤함을 뉘인 채
푸른 오후의 걸쳐진 하늘위로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잠시,
다가드는 여름 볕이
쉬던 걸음을 재촉함에
떠날 마음만 분주 하여라
뿜어대는 열기 속에
푸념하며 걷노라면
어느새,
등어리엔 땀방울만 가득하다
이름 : 곽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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