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등뼈' 외 4편

by kalifa posted Mar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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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뼈


젊은 날의 그에게는,

그의 아비로 부터 물려받은,

강인한 근골과 등뼈가 있었다.


젊은 날의 그에게는,

그의 모진 아비로 부터 물려받은,

총명함과 기백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비는,

그를 그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그를 키워내었고,


어느 여름날의

서늘한 기억이,

그의 존재를 닫아 버렸다.


그는 이제 누워야 한다.

젊은 날의 그를 지탱해 주었던,

등뼈가 지구의 중력과 대지의 바람에

녹아 내린 탓이다.


그 에겐, 젊은 날의,

그의 기백도, 그의 총명함도

물려받지 못한 아들이 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이제 배울것이다.


중력에 저항하는 법이 아닌,

바람에 맞서는 법이 아닌,


가벼워 지는 법을.

바람과 함께 춤추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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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블루스



그 죄인들은,

살았을적 죄가 많아,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배워야할 규칙 나부랭이를 오늘도 열심히 외우고 있다.


형법에 대해. 

역사에 대해,

언어에 대해,

그들은 사력을 다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외우고 있다.


가로 세로 1.8 미터.

관 속에 누워, 

매달 묘지기에게,

창문이 있는 관은 35만원,

창문이 없는 관은 32만원,


관속에 왜 창문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영혼들은, 아직 죽은지가 얼마 안되어,

색색동이 꼬까신 삼디다스 슬리퍼로

노량진을 유령처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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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거리



내가 너에게 머물렀던 시간과,

네가 나에게 머물렀던 시간이,


찰나의 우주의 비틀림으로 인해,


왜곡되어 버렸다.


나 한때, 너 에게 머물렀으나,

너 한때, 나 에게 머물렀으나,


찰나의 우주의 비틀림으로 인해,


영영 마주치지 못했다.


다음 생에는,

너에게 갔다 되돌아 오는 시간에,

나에게 왔다 되돌아 가는 시간에,


그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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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직은 내가 나설때가 아니다.


아직은 내가 나서 우주를 구할 때가 아니다.


보아라.


탕탕탕 면 뽑는 우리 동네 중국집 아저씨의 우람한 팔 뚝을,

변하지 않는 춘장 냄새를.


핵미사일이 어쩌니,

싸드가 어쩌니 해도,


내가 볼때는,

아직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


그러나 행여, 내가 담배 사러 가는

우리 동네 편의점,

미녀 알바생의 얼굴에 작은 수심이라도 걸린 날이면,

만일 그런 날이 오기만 한다면,


내 지금 당장이라도,

천마를 타고,

여의봉을 뽑아 들어,


네 놈들의 명줄을 끊어 버리리라.


그러니, 아직은,

내가 나설 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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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금연 쯤은 나에게 별것 아닌것이다.

금연 하는 사람과는 사돈도 맺지 말라는데,


금연 쯤은 나에게 별것 아닌것이다.


아침 8시가 되면, 피우기 시작하지만,


확실히 밤 11시가 되면,

금연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연 쯤은,

나에게 식은 죽 보다 쉬운 것이다.


한달에도 열 댓번 금연을 하니,

이 보다 쉬운 일이 어디 있나.


금연 쯤은 별거 아닌일이다.







임동률

realmccoy01@naver.com

010-9466-2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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