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따순밥 외4편

by 남불패 posted Mar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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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순밥

식당 다니시던 울엄마

이른 새벽 석유곤로에

날마다 해 주시던 따순밥

그 따순밥 차질세라

스뎅 밥통에 고이 담아

단칸방 아랫목에

이불덮어 놓아 두셨지

울엄마 따순밥 덕분에

못난아들

없어도 남부럽지 않게 컷네

이제는 칠순넘어

절룩이는 무릎으로

아파트 청소일 다니시는 울엄마

마흔넘은 못난아들

또 따순밥 해 주시네

변한거 없는 세상에

변치않은 울엄마 따순밥

따순밥 한 수저에 하늘보고

따순밥 두 수저에 늙은 울엄마 얼굴

따순밥 세 수저에 목이 메어

늙은 울엄마 물뜨러 가셨네

변한거 없는 세상에

변치않은 울엄마 따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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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나

 

책상 앞

거울 속에서

낡은 나를 본다

 

이제는

지난 세월 사연만큼 멀어진

열정의 기억

 

사람손길 멀어진

서고 구석 먼지담은 책처럼


존재로만 가치를 구걸하는

가련한 하루하루

 

오늘도 무사히

늙어가길 바라는


거울속

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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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지기

 

그 사람 내곁에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내 하루를 나눌 수 있는

그 사람만 있다면

난 행복합니다

소박한 저녁상을 물리고

티백을 녹여 차를 나누며

낡은 탁자 사이로

부여잡은 두 손 어루만져

일상의 고단함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을

내 한톨 갖지 않더라도

오늘도 난 

바랄 것 하나없이 행복한

만석지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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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
뜬눈

밤새워 기다리던 너

 

하지만 수신된 건

너의 무심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절대 오지 않는다

 

욕심내 원한만큼

비웃고 사라질 뿐

 

때론 무심히

놓을 수 있다면

 

움켜쥐련 그 손을

거둘수 있다면

 

돌아서는 흰 목덜미에

사늘한 미소를

보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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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씩 비우기
 

하루에 하나씩만

버리기로 했습니다

 

낡디 낡은

그 색바란 와이셔츠

읽지 않는

그 누런 서류 뭉치

네 귀퉁이 떨어져 나간

그 칠벗은 교자상

 

하나씩 버리면

하나씩 채워질까

 

하나씩 채우면

하나씩 잊혀질까

 

최지훈

010 - 8886 - 2054

cjh21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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