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작은 세상 속의 우리는
큰 숲을 걸어 알 수 없어라
큰 세상을 작게 축소한 또 다른 세상
나 있는 길 없어 나 제멋대로 걸어라
길 잃고 헤매어 온 숲이 울어라
나무 밑에서, 바위 틈에서
온 세상이 가려주는 하늘에는
구름도 해도 없어 비가 오고 있다는 상상만
찰박찰박 큰 소리로 물 튀기며 걸어라
작은 무서움이 다가올까 물웅덩이에 발을 힘껏
찰박이며 나아가면 언젠가는 분명
빛나는 해가 뜨고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이 올 거라고
이름이 없는 자여
무능하여 넘어지니
쓰러지어 속닥이는 것을 듣다 보오
일어날 힘 마저 잃어 스러지니
그러다 한 괴노인이 말하니
무능과 만능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이름이 없는 자가 묻되,
만물에 능하면 넘어지지 않는가
그 괴노인이 말하되,
제 아무리 만물에 능하다 해도 제하나 갈고닦는 바위만 못하겠지
혹여 빛나는 별을 보이시어
나를 가두시어 보이지 않을 아무도 아닌 철창이
애써 흔들어도 심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루영겁이 지나 새하얀 별을 봤을때
이 작은 철장에 몸부리치고
다 쓸리시어 상처에 물든 두 손에
오직 안에서 부숴 빛을 보는
작은 세상이 깨어지면
그제서야 생명이 태동할지어
벚꽃
사쿠라- 사쿠라
선붉은 벚꽃 나무 아래
기다란 나뭇가지 고쳐 잡아
탁탁, 흩날리는 벚꽃사이
탁탁, 그녀 앞에 섰던 그믐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가사는 그저
사쿠라- 사쿠라 하고
황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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