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소나기 외 4편

by PMEN posted Mar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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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나아가고자 했다
그 곳에 도달할 때 즈음 세차게 쏟아내겠지만서도
근처 처마 밑에 서서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보다가 문득

전율에 몸을 맡겨 세상의 끝에 서라
세상은 작아지고 나는 커져서
전신에서 울음을 토해내리라

세찼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치고 작은 무지개가 떴다
모든 걸 담아 너털하게 웃었다
이 몸을 짜낼 때까지 울음을 토할 것이다

그리고 무지개는 앞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더 이어지려면 비가 내려야겠지만

작은 세상 속의 우리는


큰 숲을 걸어 알 수 없어라

큰 세상을 작게 축소한 또 다른 세상

나 있는 길 없어 나 제멋대로 걸어라

길 잃고 헤매어 온 숲이 울어라

나무 밑에서, 바위 틈에서

온 세상이 가려주는 하늘에는

구름도 해도 없어 비가 오고 있다는 상상만

찰박찰박 큰 소리로 물 튀기며 걸어라

작은 무서움이 다가올까 물웅덩이에 발을 힘껏

찰박이며 나아가면 언젠가는 분명


빛나는 해가 뜨고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이 올 거라고


이름이 없는 자여


무능하여 넘어지니

쓰러지어 속닥이는 것을 듣다 보오

일어날 힘 마저 잃어 스러지니

그러다 한 괴노인이 말하니

무능과 만능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이름이 없는 자가 묻되,

만물에 능하면 넘어지지 않는가

그 괴노인이 말하되,

제 아무리 만물에 능하다 해도 제하나 갈고닦는 바위만 못하겠지


혹여 빛나는 별을 보이시어


나를 가두시어 보이지 않을 아무도 아닌 철창이

애써 흔들어도 심연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루영겁이 지나 새하얀 별을 봤을때

이 작은 철장에 몸부리치고

다 쓸리시어 상처에 물든 두 손에

오직 안에서 부숴 빛을 보는

작은 세상이 깨어지면

그제서야 생명이 태동할지어


벚꽃


사쿠라- 사쿠라

선붉은 벚꽃 나무 아래

기다란 나뭇가지 고쳐 잡아

탁탁, 흩날리는 벚꽃사이

탁탁, 그녀 앞에 섰던 그믐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가사는 그저

사쿠라- 사쿠라 하고





황대호

eogh2828@gmail.com

010-333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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