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작은 꽃들이 몸을 떤다.
푸른빛,흰색의 몸짓이 작은 날개들의 시선을 끈다.
새의 날갯짓이 특히 심한날,
투명한 날개의 노란빛 구애에
떼지어 춤추는 작은 꽃들은 모두 푸른빛.
작은 꽃들의 몸짓에 밀려 올라간 나무 위 목련들.
흰색의 향초는 굵은 심지를 품고
고운 향을 풀어낼 불꽃을 기다린다.
미약한 몸짓에 딸려나온 목련향 한 조각
그 청아한 맛에 이끌려 조각 조각 실어나를
불꽃의 파도를 기다린다.
외톨이별
밤하늘 외따로 떨어진 별은
반짝임이 없어 다른 별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크기는 또 너무 커 다른 별의 빛을 가리곤 했다.
수많은 별들 속, 외톨이가 된 별은
방아 찧듯 토끼 모양 눈물을 찍어내고
흘러가는 긴 머리로 눈물을 가렸다.
매일매일 밤하늘에 나와보곤 하던
외톨이 별은 서-서히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가는
서-서히 다시 나타나 빛을 내곤 한다.
쿠키상자
판도라의 상자는 세상의 모든 악을 뱉어내고
마지막으로
희망을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자는 왜 공허만을 남긴걸까.
쿠키 하나만큼의 사랑을
그 향과 함께 꺼내먹곤 하던 때,
마지막 조각을 먹으면 퉁-하고
이미 향을 잃은 부스러기만 남는다는 걸
몰랐다.
그동안 축낸만큼의 마음을
다시 채워야 한다는 것을 그때의 난 몰랐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손가락을 뻗느라 불룩해진 주먹,뽀얀 손등
지문마저 말끔한 손가락.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자그만한 손으로도 원하는 곳을 정확히 가리키는구나.
그 손가락이 훗날 네 행복이 있는 곳을 정확히 가리키기를...
그리고 그곳으로
네가 향할 수 있기를
이 글을 쓰는 누군가처럼 손가락이 굽혀져
그 자리에만 남지 않기를...
사탕 하나에 울상을 배시시하고 넘겨버리는
그 웃음이
이 잉크만큼이나 진해지기를
너의 웃음에 오늘
내가 흐뭇한 먹먹함에 빠졌다는 것을
너는 모르기를.
짙은 밤
잠이 오지 않는 밤
님이 오지 않는 방
같이 먹지 못한 밥
공기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내 기다림과 같아서
나란히 구운 생선 두 마리는 손도 못대고
애꿎은 콩자반이나 하나하나 집어먹는다.
같이 먹지 못한 밥
님이 오지 않는 방
잠이 오지 않는 밤
숨소리마저 정적에 누운
짙은 밤.
꿈속에서
내 심장을 쥔 포옹
부끄럼게도
욕심으로 부푼 심장
그녀는 내가 아는 꽃이었다.
그러나 나의 꽃은 아니었다.
부끄럽게도
내 심장은 이미 그 아래 묻혀있다.
*신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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