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서리
얼어붙은 세상을
연모하였다.
한번, 두번
셀 수 없는 입맞춤이었다.
세번, 네번
끊임없이 품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냉동고인 것을,
다시 얼어붙을 것을,
또한 눈서리인 내가
어찌 원망하겠는가.
그루터기
이것은 잊혀진 나무를 위한 무덤인가
저 배꼽에 핀 강아지 꽃은
무엇을 위한 애도이던가
발목이 잘린 나무일까
피를 묻힌 괴물일까
무엇도 아니라면,
저 뒤 꿱꿱거리는 오리들에 대한 추모인가
안식
휘몰아쳐오는 종소리에
또한 눈을 감는다.
무엇이 너를 잡더냐
무엇이 나를 잡더냐
홀로 딛는 걸음에,
홀로 떠나는 길인것을.
이 소리에 몸을 맡기메,
그저 흘러가면 되는 것을.
무엇에 잡혀 귀를 막는 우리는
또한 얼마나 우매한가.
나도 그래.
너는,
고요한 새벽의 울음을 느껴본 적이 있나.
소녀의 순결한 눈물이 맺힌
강아지 풀의 투명한 떨림에
너는,
깊이 눈물지어 본 적이 있나.
천년을 기다려 온 영물의 환희의 숨으로
온 누리가 뿌옇게 변함에
너는,
소리내 기쁨을 내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넌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너 스스로가 흘리는 침에
깊이 인상지을 것이고,
고단하신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에
소리내어 불평을 내어놓을 것이다.
한마디
모든 뼈마디가 흐물거리는
몸 속 고름이 가득 차 터질듯한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들때,
아, 꿈이었구나.
한마디,
세상을 가진,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