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그대가 노래한 것은
절망인가 슬픔인가
시간이 지나 나뭇가지에 잎이 떨어지고
밤이 아침을 맞이 하지만
그대의 노래는 아직도 처량하다.
원하지 않았던 길이던가.
걸어갔던 그 길 위에
그대는 없고
눈물만이 적셔있네.
동주여. 윤동주여.
그대 어찌하여 시를 썼는가.
시는 슬픔의 표현이요
고통의 산물인 것을
그대는 어찌
이 외롭고 아픈 길을 걸어갔던가.
그대 머문 그 곳엔
즐거운 노래만이 써지길...
<여인>
머릿결을 쓸어 넘기는
그 손이 고와 눈을 멈춥니다.
바람이 멈추고 시간이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그녀의 숨소리를 들어 봅니다.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은
그녀와 나의 거리만큼,
미소지을 수 있는 것은
그녀와 함께하는 이 공간 때문.
그녀의 눈이 내 눈에 다가와 멈춰 섭니다.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벚꽃향이 날리는 것 같습니다.
그 고운 입술을
그 고운 손등을
한번만이라도 어루만 질 수 있다면
나에게 올 모든 봄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봄이 되었습니다.
<그대여 -김광석을 그리며->
기타 하나 매고 걸어가는 그 길은 어떠했나?
자유로운 바람과 쓸쓸한 빗소리로 노래를 하고
홀로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위로를 얻었나.
이제는 고인이 된 그대여
그대가 이 곳에 남기고 간 것이 무엇인가?
시간이 지나 그대의 이름은 잊혀져 가고
아무도 기억 못하는 그 곳에 묻혀있겠지만
황망했던 세상에 불려진 그대의 노래는
작은 홀씨가 되어 누군가에게 싹을 틔우겠지.
그대여
이젠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그대여.
오늘도 홀로 비추는 가로등 불 빛을 바라보며
그대의 노래를 조용히 읇어 본다.
<꽃이 되소서>
전쟁의 먼지 속에
피어난 꽃이여
왜 그 곳에 피었나요?
그 곳은 눈물로 잎을 피우고
절망과 절규로 뿌리를 내리고
아스라이 피어난 꽃을 기다렸다
꺾어 버리는데...
왜 그 곳에 피었나요.
한번도 원한 적 없는 길이였는데
단 한번도 원한 적 없는 길이였는데
왜 그 곳에 있어야 했나요.
눈몰은 말라 잎이 떨어지고
살려달란 목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그 줄기조차 꺾여 버렸네요.
이제 전쟁은 끝이나고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있네요.
아무도 찾지 않는
잊어버린 그 길 위에 피어난 꽃이며.
이제 슬픔없이 아픔없이
천화가 되어 피어나소서.
< 길 잃은 고양이 >
길 잃은 작은 고양이 한마리
무엇이 그리워 모두가 잠든 달빛아래
구슬피 우는 걸까.
동네 개들을 피해 찾은 곳은
사람들이 버린 박스무덤.
그곳에서 길 잃은 고양이
바들바들 떨며 슬피 운다.
무엇이 잘 못 일까? 무엇부터가 시작이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지금의 배고픔을 한탄하며
잠이 드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고양이.
달밤에 조용히 신음하며 울어본다.
이름 :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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