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동주> 외 4편 (수정완료)

by 도둑고양이 posted Apr 06,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주> 


그대가 노래한 것은 

절망인가 슬픔인가 

시간이 지나 나뭇가지에 잎이 떨어지고 

밤이 아침을 맞이 하지만 

그대의 노래는 아직도 처량하다. 

원하지 않았던 길이던가.

걸어갔던 그 길 위에 그대는 없고 

눈물만이 적셔있네. 


동주여. 윤동주여. 

그대 어찌하여 시를 썼는가. 

시는 슬픔의 표현이요 

고통의 산물인 것을 

그대는 어찌 

이 외롭고 아픈 길을 걸어갔던가.


그대 머문 그 곳엔 

즐거운 노래만이 써지길...



 

 <여인> 


머릿결을 쓸어 넘기는 

그 손이 고와 눈을 멈춥니다.

바람이 멈추고 시간이 멈추고 

가만히 귀 기울여 그녀의 숨소리를 들어 봅니다.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은 

그녀와 나의 거리만큼, 

미소지을 수 있는 것은 

그녀와 함께하는 이 공간 때문. 


그녀의 눈이 내 눈에 다가와 멈춰 섭니다. 

아직 추운 겨울이지만 

벚꽃향이 날리는 것 같습니다. 


그 고운 입술을 

그 고운 손등을 

한번만이라도 어루만 질 수 있다면 

나에게 올 모든 봄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봄이 되었습니다. 




<그대여 -김광석을 그리며-> 


기타 하나 매고 걸어가는 그 길은 어떠했나? 

자유로운 바람과 쓸쓸한 빗소리로 노래를 하고 

홀로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위로를 얻었나. 


이제는 고인이 된 그대여 

그대가 이 곳에 남기고 간 것이 무엇인가? 

시간이 지나 그대의 이름은 잊혀져 가고 

아무도 기억 못하는 그 곳에 묻혀있겠지만 

황망했던 세상에 불려진 그대의 노래는 

작은 홀씨가 되어 누군가에게 싹을 틔우겠지. 


그대여 

이젠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그대여. 

오늘도 홀로 비추는 가로등 불 빛을 바라보며

그대의 노래를 조용히 읇어 본다. 




<꽃이 되소서> 


전쟁의 먼지 속에 

피어난 꽃이여 

왜 그 곳에 피었나요? 


그 곳은 눈물로 잎을 피우고 

절망과 절규로 뿌리를 내리고 

아스라이 피어난 꽃을 기다렸다 꺾어 버리는데... 

왜 그 곳에 피었나요.


한번도 원한 적 없는 길이였는데 

단 한번도 원한 적 없는 길이였는데 

왜 그 곳에 있어야 했나요. 


눈몰은 말라 잎이 떨어지고

살려달란 목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그 줄기조차 꺾여 버렸네요.


이제 전쟁은 끝이나고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있네요. 


아무도 찾지 않는 

잊어버린 그 길 위에 피어난 꽃이며. 


이제 슬픔없이 아픔없이 

천화가 되어 피어나소서. 




< 길 잃은 고양이 > 


길 잃은 작은 고양이 한마리 

무엇이 그리워 모두가 잠든 달빛아래 구슬피 우는 걸까. 


동네 개들을 피해 찾은 곳은 사람들이 버린 박스무덤. 

그곳에서 길 잃은 고양이 바들바들 떨며 슬피 운다. 


무엇이 잘 못 일까? 무엇부터가 시작이였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지만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지금의 배고픔을 한탄하며 

잠이 드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고양이.


달밤에 조용히 신음하며 울어본다. 




이름 : 전주영 

전화 : 010-3901-9853 

메일 : madamyo@naver.com 


Articles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