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해물(害物)외 4편

by 박정완 posted Apr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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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害物)


선인장이 햇빛을 원하길래

계속 줬더니 말라 죽었다

 

선인장이 물을 원하길래

계속 줬더니 썩어 죽었다

 

지나친 관심이

선인장을 죽였다



웃으며 놀아라


아이들이 놀아달라 보채면
너의 어릴 때 놀아 주던
사람을 추억하며 놀아라.

 

네 몸이 망가지거나
누군가 이사가면
놀 수 없다는 걸 알테니
놀 수 있을 때 놀아라.

 

너가 사랑한 웃음이
그 사람과 사라졌듯이
아이들의 웃음기 머금은
모습도 사라질 테지만
아직은 남아있지 않은가.

 

그 사람의 웃음과
아이들의 웃음을
다시 보고 싶다면
너는 웃으며 놀아라.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가장 소중한 웃음을
지키며 놀아라.

 

이렇게 그 사람의 웃음이
우리에게 남길 바란다.



내비둬


하지 말라고 하지 마라.
안 된다는 말은 안 된다.
너가 한 말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죽였는지 아는가.

 

하라고 하지 마라.
된다고 강요하면 잘도 되겠다.
너가 한 말이 얼마나 다양한
길을 막았는지 아는가.

 

물론, 너의 말이 도움이 된 때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방해가 된 때가
있었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사랑과 책임만 알려 주고
그냥 두고봐라.
한마디 해 주고 싶어도
그냥 내비둬라.

 

그러다 뒤늦게 와서라도
도와 달라 하면 도와 줘라.
얄미우면 꿀밤 하나 먹이고
도와 줘라. 꼭 안아 줘라.

 

사랑과 책임은
각자의 것, 가장 좋은 부분.
남의 것을 빼앗지 말자.

 

너의 사랑과 책임을
그저 보여 줘라.



잠깐만


스스로를 해치지 마라.

너가 없다고,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 보라.
슬프다, 안타깝다, 아프다.

 

슬픈 이별 후에 남겨질
사람의 슬픔을 너도 느껴보라.
숨막힌다, 찢어지게 괴롭다.

 

자살하지 말고 살자.
단지 자리가 바뀌었을 뿐인데
자살이라는 단어가 살자라는 단어가
되었듯이 우리도 자리를 바꿔서라도
새롭게 살아보자.

 

자, 살자.
자살을 생각할 때
자에서 한 번이라도 쉬면 여유가 생겨
살자라고 말할 기운이 생길테니
푹 쉬고서라도 살아보자.

 

잘 살다가 마지막에 웃으며 돌아가자.



좋다


그녀의 촉촉한 눈망울이 마른 강같이 삭막해지고

그의 선명한 눈동자도 안개 낀 산처럼 모호해지겠지만

아직 그들의 눈은 각자의 매력을 담고 있어 지금이 좋다

 

언젠가 눈은 마르고 안개가 끼겠지만

매력을 잃은 만큼 어떤 색다른 아름다움을

그 강과 산에 담을지 알 수 없어 변화가 좋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좋아

젊고 건강하지만 늙거나 병들어 죽을 내가 좋아

한결같지만 변해버릴 네가 좋아

 

그럼에도 함께하는 우리를 사랑해

내가 될 너와 네가 될 나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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