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눈꽃시린 아침 외 4편

by 박호두 posted Apr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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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시린 아침

 

정말 웃긴 일이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악당이 되어

총과 칼을 들고 서로를 위협하며

듣기 싫은 언어를 들으며 귀를 막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 있어도 편히 쉬지 못하는 일상을

지내야만 하다니

서로 웃으며 칭찬하며 살기도 바쁜 시간인데

꼭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눈꼴 시린 일을 저지르며

하기 싫은 짓을 반복하며

사람은

그 사람은

오늘도 억지로 악당이 되어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어 싸운다

어느 눈꽃시린 아침에

그는 또다시 시린 발로 서러운 신을 신는다.

 

    

그리고 이방인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그래서 더욱 가지고 싶어 안달이 난

세월의 깊은 한숨마저 빗겨나간

녹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순수의 이름으로

너를 사랑하리다

 

눈을 감아도 떠올릴 수 있는

하지만 투명한 유리처럼 느낄 수 없는

결국에 힘 빠진 풍선처럼

맥아리 없이 너의 곁을 돌며

너를 사랑하리다

 

결국 너는 나를 못 보고 지나쳤기에

아쉬운 사랑을 손에 쥐고

애써 웃으며 잠을 잔다

꿈에서도 너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하리다

    

 

별 파란 밤

 

불과 다섯 번째 밤이었다

너에게 마음을 주게 된 것은

하늘이 푸르고 마음이 붉은데

잊지 못해 되새기는 아우성이

방을 흔들고 너에게 간다

마주보며 잡지는 못해도

나의 목소리는 너에게 닿겠지

그걸로 됐다

불과 다섯 번째 밤이었다

너를 향한 마음을 접게 된 것은

별이 유난이 파란 밤이었다

   

삶의 무게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올랐다

무거운 인생을 짊어진 나비

나비는 앞으로의 고단한 여정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겪은 성장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한 마리의 나비가 산을 오른다

끝을 알 수 없는 무서운 산을

나비는 앞으로의 고통을 예상하지 못한다

 

한 마리의 나비는 추락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비는 한탄하면서 추락한다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나비가

그렇게 우리의 어깨 위로 추락한다

 

나비의 무게는

한 인생의 무게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그것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불쌍한 무거움이니까


 

어린 고라니

 

 

영원을 사는 고라니가

어둠의 들녘에서 천국의 계단을 보는 순간

작은 생명은 불사의 염원이 되어

세상을 비추는 영혼이 되었다

 

누가 그 작은 영혼을 어리석다 하는가

처음 눈을 뜨고 젖먹이를 찾기 위한 구슬픈 울음

과거를 기억하는 이는 커다란 눈망울로 울고 있는데

원망의 눈초리가 보이지 않아

더러운 침을 뱉는 거냐, 어리석은 인간아

 

황혼에서 피어난 죽음의 메아리가

세상을 영혼으로 가득 채울 때

작고 어린 잊혀진 영혼이

너희의 살갗을 찢어 먹을 것이다

부모의 작은 손짓에 그들이 몰려와

옛 주인을 우롱하는 이방인을 몰아낼 것이다


이름 : 윤찬후

이메일 : mike4470@naver.com

연락처 : 010 - 8785 - 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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