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 지하철 외 4편

by Beez posted Apr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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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문이 열리면

앞서 탄 선배들이

말 없이 맞이해준다


문이 닫히고

닭장 속 닭처럼

어딘가로 실려간다


어디로 가십니까

속으로 물어보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문이 열린다

후배들이 전철에 실린다

말 없이 맞이해준다


문이 닫히고

상자 속 병아리떼처럼

어디로 실려가는 걸까


어디로 가십니까

누군가 물어보지만

할 말이 없다

해줄 말이 없다


그저 돌고 도는 열차처럼

내일도 이 자리일테니



주머니


주머니 속 동전 석 냥


한 닢으로 라면을 사서

하루를 달래고


다른 한 닢으로는 담배를 사서

하루를 견디네


주머니 속 홀로 남은 동전 한 닢


꽃을 사네

옷 안 속에 고이고이 품네


주머니가 비었네

내일은 무엇을 살까



꽃 잎


기나긴 잉태의 시간이 끝나고

같은 날 모두가 얼굴을 내밀었다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언제나 사이가 좋았다


바람에 함께 춤을 추고

비 내리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막내 꽃 잎 아이 시름시름

바람에 떨어지던 날


작은 꽃 잎 따라서

하나, 둘 씩 바닥에 소복히 쌓인다


다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일은 없었네



몽아


지친 몸을 침대에 던지고

고개를 쳐박고 있으면

어김없이 한 아이가 나타난다


이름이 뭐니

어디서 왔니

나이가 몇이니


귀찮아 질때 쯤이면

아이는 등을 돌려 멀어져 간다

내가 말을 건넨다


어디로 가니

이름은 뭐니

왜 왔니 내 유일한 벗이여



자전거


남이 돕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녀석

그래도 네놈이 부럽다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아무도 없는 쓸모 없는 녀석

그래서 네놈이 부럽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움을 바라는

너와 같은 사람들 밖에 없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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