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봄이 오고
벚꽃이 폈다.
예쁘다는 생각은 잠시,
금방 꽃이 질 생각이
머릿속에 드리운다.
사랑하는 사람과 지낼 때,
언제 이 사람이 떠날까
항상 불안하다.
지금이 행복해도
나중에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여
지금이 사라진다.
그림자
안 보이던 그림자가
때론 어마하게 커져
나를 덮칠 때가 있다.
그림자는 나를 짓눌러
그 외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그림자가 나타날 때면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
저항하지 못하고 움츠러 든다.
그림자를 떨쳐내고 싶지만
내 주위를 계속 맴돌기에
화만 쌓인다.
진짜 어른
진짜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떤 대화든 좋다.
몸만 어른이 아닌
정신까지 성숙한 어른을
찾고 싶다.
말은 많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사라져 버린
지금의 시대에서
진짜 어른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블랙홀
블랙홀은 어찌 보면
내 마음과 닮았다.
그 사람이 나를 떠날 때,
세상의 모든 감정들을 삼키고
슬픔마저 삼키고 나면
마음이 텅 빈 듯 공허함만 남는다.
마음의 구멍으로
세상의 감정들이
모이지 못하고
스쳐지나간다.
블랙홀이 점점 커져
나를 삼켜도
구멍을 매꿀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내가 보는 나
창 밖을 보다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떠니?
잘 살고 있는 것 같니?
갑자기 무서웠다.
내가 살아온 삶의
방향이 틀렸을 까봐.
나는
웃었을까,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