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벼랑의 소녀> 외 4편

by suzan posted Apr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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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의 소녀


발끝을 보면

낭떠러지가 보인다고 했다.

고개를 치켜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

오로라 가득한 눈밭이 있겠지


내 마음은 참 소박하여

그저 들꽃 몇 송이 바람에 휘청이고

쪼르르 무리 지어 나는 참새 서너 마리

눈 부신 햇살.


그것으로 배부르다


머얼리 보면 흐릿한 꿈속

작은 땅이 있을 텐데


그런데도 발끝.

차가운 벼랑이

한 꺼풀 안개를 더한다





당신의 빈말이 내 마음을 베어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늘 마주하는 나무의 흔들림에도

아픔을 느낀다


당신의 빈 눈빛에서

날 받아주지 않던 세상의 벽보다

더 캄캄함을 느낀다


텅 빈 방에서 텅 빈 노트에

공기마저 없는 듯

쉬이 들어오지 않는 숨을

애써 들이쉬고 내쉬면서

텅 빈 마음을

'슬프다.'라고 쓴다



멈춤


어쩐지 시끄러운 세계가 싫어

귀를 틀어막아

적막 속 그 고요 안의

또 다른 소음을 반긴다


웽- 파고드는 그 소리에

눈물이 왈칵 밀려들었다


고요한 듯 가만가만하던

깊은 곳 일렁이는

많은 말이 아프다


지금은

이 소리에 잠겨 있자

너와 나를 위로한다



始作(시작)


그어놓은 선 밖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때

그 낯선 장면보다,

계곡의 끝 작은 여울처럼

철썩철썩 마음을 치는

인생의 아림보다,

더 낯설고 아린

내일이 온다는 것.


멀리 다가오는 큰 바람에

두려운 마음이 앞서면

후- 하고 불어온 따뜻한 그 바람이

우리 마주보게 한 것처럼

그렇게 단단해질 거라 다짐하자


오래도록 파란 하늘이

어느새 아름다운 노을 되어

온 언덕에 온기를 비추듯이

그때 서로에게 짙은 따뜻함으로

소리 없는 안아줌으로

그렇게


그렇게 물들자



거미


버스 창에 작은 거미가 달려있다.


빗방울도 거미에겐

제법 세다.



_공모자

홍수진

thanxjul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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