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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0 21:04

그 거리에서 외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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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색이  안바뀌네요



그 거리에서





오랜만에 나선 이 길은 내게 이름 모를 정겨움을 선사한다.

너무나도 많은 네가 서 있다.

숨이 탁하고 막혀온다.

너는 저기서 나를 보여 웃는다.

너는 저기서 내게 화를 낸다.

멈춰진 너를 보는 멈춰버린 나는

그날에 우리를, 그 찬란했던 봄빛을

다시 느끼고 싶은가 보다.

보일 듯 보일 듯 안 보이는 너의 그 모습은

내 눈물의 이유가 되었고

내릴 듯 안 내릴 듯 결국 쏟아지는 봄비는

내 추억 이였다가, 내 눈물 이였다가

눈처럼 쌓여서 비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난 또 혼자가 되어 너와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

어느새 사라진 너의 모습은 거리에 멈춰진 추억이 되고

내 손에 남은 너의 온기는

언젠가 다시 불현 듯 나타날 너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뒤를 돌아본다. 점점 흐려진다.

너의 모습이..

나의 시야가...






순환버스

 

버스를 타고서

너희 학교 앞 정류장을 지나칠 때면

혹시라도 네가 탈까봐

괜한 가슴을 졸인다.

 

혹여나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할지

차디차게 지나쳐야 할지

고뇌 아닌 고뇌를 하다가

손에 땀이 찰 즈음

지나쳐버린 정류장에

네가 없는 걸 보고

난 또 다시 바보처럼 고개를 떨구고 만다.

 

차창 밖에 비치는 늦은 햇빛에

눈을 감았다.

가슴 먹먹함과 막연한 막막함이

나를 감쌌다.

 

점점 짙어지는 이 햇살 참 따뜻하다.

너도 그랬었는데.





그대에게

 

사랑을 하려거든

내 생각은 마세요.

사랑한 만큼의 소중한 추억들이

나를 버텨주니까요

 

사랑을 하려거든

옛 생각은 마세요.

나보다 그대를 사랑해줄 사람이

넘치고 넘치니까요.

 

사랑을 하려거든

새 사랑을 시작하려거든

돌아보지 말고 걸어 가주세요.

저는 당신이 얄미울 만큼

환히 웃고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 노래

 

어느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듣기만 했을 뿐인데

쉴 새 없이 흐르는 내 눈물은

더욱 더 내 가슴을 후벼 팠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너는

내게 다가와 무어라 속삭였다.

끝나버린 노래만큼

너의 빈자리가 시큰해졌다.

아무리 다른 노래를 틀어도

네가 생각났다.

 

조금씩 커져갔다.

그 노래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약간의 떨림과 함께






숙제

 

오늘도 저는 숙제를 합니다.

어디서 온지 모르는 쌓인 숙제가

저의 가슴을 더욱 졸여옵니다.

 

위에선 책상을 만들어 놓았고

아래에선 연필을 움켜잡게 하였고

옆에선 다들 공부를 합니다.

 

하늘을 한 번 바라봅니다.

저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모두 똑같아져 갑니다.

저는 어떠한 고민도 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 뒤쳐진 느낌이 또 저를 찌릅니다.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엄기찬/남/1997.03.28@hanmail.net/010-5416-6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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