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화폭의 꽃나무를 들이받은
아기새의 마지막 외침을
화가는 듣지 못했다
화가는
산 속을 그리워할
아기새의 꿈에 나타날
꽃나무를 선물했건만
아기새는
꿈을 꿀 수 있는
꽃나무의 품을 원했다
어느새 새로운 꽃나무를 그리고
웃으며 돌아서는 화가의 등 뒤로
품을 잃은 아기새들이 비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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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어둠에 누워 하늘을 봤다.
어느새 떠오른 달은
온갖 영롱한 추태로
나의 잠을 방해한다
어둑한 고요 속
숨소리는 잦아지고
사고가 정지된다
어느새 떠오른 해는
온갖 치열한 외침으로
나의 잠을 방해한다
화사한 소란 속
심장소린 거세지고
힘줄은 굵어진다
빛 속에 앉아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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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나가는 법을 아는
죄수에게는
철창속은
더이상
감옥이 아니다
나가는 법을 잊은
소녀에게는
꽃밭조차
이제는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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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우울
비도 오고 울적하니
내 표정이 궁금해 거울을 보니
그쪽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떨구니
용기를 내 시선을 마주치니
이건 뭐 밑이 보이지 않는
그 옛날의 시커먼 우물 속
어둠이 느껴지니
위로받고 싶어 본 내가
되려 위로해 줘야 하니
막막해 한숨 쉬니
맞받아치니
너도 내가 그리 보이니
결국엔 서로 등돌려 외면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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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신은 우리에게 하고싶은 말이 없다
항상 곁에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볼 수 없는 건 저의 죄라 믿었습니다
신은 하고싶은 말이 없다
제가 원한 건 당신이 원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질 수 없는 건 저의 죄라 믿었습니다
신은 말이 없다
기다리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들을 수 없는 건 저의 죄라 믿었습니다
신은 없다
이제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건 당신의 죄라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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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 한국인의 무궁한 영광을 바랍니다-
배대영
010-3224-6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