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외 3편

by 단추구멍 posted Apr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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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곧게 뻗은 길을따라 달려왔다 믿었다
내가 달리는 이 길이 나의 바른길이라 믿었다

후에 알았다

올곧다 믿었던 내가 달려온 이 길엔
좌회전 우회전도 오르막 내리막도
그리고 유턴과 나와는 다른 차선도 있었음을
어린시절 나는 직진만을 알았다

큰 등을 가진 부모님의 큰 차를타고
앞만보면 앉아있었다

후에 알았다

나의 직진엔 내가모르던 사실이 많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 많은 노력이 담긴 직진이고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신호를 받고
내가 모르는 길고 짧은 기다림이 있었다는 것


말 없는 밤

알 길 없는 시간은 바람이라
불어간 바람을 다시 맡을 수 없듯
흘리간 시간을 다시 만질 수 있을리가 없다

다만. . 그저 다만 내게는 다만

지나간 그것을 상기시켜볼 뿐이다
저 먼곳을 향해 달아난 바람의 내음을
저 아득한 시간은 넘어간 추억을

그저 다만 나는 다만. . .그렇게
씁쓸한 추억이라도 아픈 웃음을 지어본다

있었다. .

꽃다운 꽃이라 생각했던 꽃이 있었다
몇 날 몇 일을 그렇게 긴, 길고 긴 시간을
그렇게 믿으며 어루고 달래며 보살폈던
그런 길고 긴 시간이 있었다

밝고 화사한 봄 한철 피고 지는 꽃이아닌
강한 빛을 가지진 않았지만 아름다웠고
은은한 물결을 흘려주던 익숙함과 같았다

그렇게 그렇게 은은한 익숙함이 익숙해 질때쯤
서서히 조금씩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쓰다듬으면 웃어보이던 잎도 그대로 있었다

아닐꺼라 믿으며 보살핀 시간동안 행복했다
시들지 않을거라, 늘 웃어줄거라 믿었었다
내겐 더 이상 같은 행복을 찾긴 힘들겟다
다만, 너는 새로이 이쁜 싹을 티우길 바래본다

조각

인생의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추어보다
모서리로부터 테두리를 맞추어보고
한 조각 두 조각 꿈을 그리워 본다

한 조각 두 조각 맞추어가던
발걸음이 끊기어 이어가질 못하던
조각이 모자라 맞추지 못하던 그 조각

그 순간 잡아준 너의 꽃내음이
그 순간 전해준 너의 그 조각이
그 순간 완성된 우리란 그림이

너무나 찬란하게 다가온 조각에
너무나 행복했던 너와의 행복에
우리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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