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물처럼 꺠끗했네.
어느 멀고 먼 깊은 바다속에
해초만 살며시 아는 울렁이는 파도의 숨결처럼.
난 알지 못한다.
절대 온전히
그냥 그렇게 지켜두고 바라볼 것이다.
모든 건 그래야 한다.
흘러가는 것들에는 묻지 마라.
그게 존재의 이유이고,
한없이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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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색-
당신은
가랑비가 내리는 날
아무도 모르게 싹이 터 올랐다가
그저
하늘의 빛과 대지의 숨을 먹고
스쳐간 시간동안
그렇게나 영롱한
당신만의 색을 피워냈네.
내게도 당신의 그 빛과 숨결로
환히 물들여주길.
살아있는 동안
나는 조금이나마 간절히
당신의 색을 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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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정답-
무엇에 휩쓸려
태어나고 지금까지
정답을 착취하기 위해
자유를 강박했다.
몽롱한, 백지의 정신을
미친듯이 재고 측정하며,
정답인지도 모르는
쾌락을 쥐어내 보였다.
숨막힐 정도로 무참히 기록되어 왔고.
가만히, 전하지 않아도
질리지 않는
무뚝뚝한 하늘과 나무 아래서
맹목적 목적으로.
기록된 인간의 정신을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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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느껴본 적 있던가
그 기괴하고 평온했던 감정을.
울렁임을 토해내고,
종착지에 다다르지 않았을 때의 불안감을.
하지만 아직은 다행이다.
아직 다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이 전율로 느낀다.
나와 종착지의 강한 연결을.
빗발쳐 지나가는 시간의 통로 속에
오늘도 길잃은 아이처럼,
종착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