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축구공
짜장 반 짬뽕 반
짬짜면을 제일 좋아한
친구가 주고 간 축구공.
까만색? 하얀색?
고민하다
반 반 섞었나보다.
“이 담에 커서 다시 꼭 만나자!”
고개 떨군 내 어깨를 툭 치며
손에 쥐어주고 간 낡은 축구공.
영훈아,
이제 그만 와라.
내 마음이 까맸다 하앴다 한다.
새로 산 가위
새부리 같다.
색종이를 줘도,
부직포를 줘도
잘근잘근 잘도 씹는다.
거침이 없다.
쓰윽 쓱, 곡선도
쭈우 욱, 직선도
줄줄이 지나간다.
맘에 들어 씩 웃고
이름표 새겨준다.
“유 희 철”
이제 너는 새로 산 가위가 아니다.
김희철 가위다.
연필깎이
책상 귀퉁이는 항상 내 자리
누가 올까 ? 누가 넘볼까?
하루 종일 꼼짝도 않고 자리를 지킨다.
주인이 공부하면 뚫어져라 본다.
혹시라도 갑자기 부를까봐.
역시 오늘도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연필 깎아야지!’
잔뜩 긴장한 채 드륵 드르륵 재빨리 움직인다.
너무 힘이 들어가‘ 뚜둑’
연필심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에잇! 속상해.’
주인이 나가버린 어색한 책상 위
침 삼키며 힐끗힐끗
안달을 한다.
빨리 제 자리로 가고 싶다고.
오늘 따라 책상 귀퉁이가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