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심장을 조여오는 바람소리
핏줄의 통로로 자갈 굴러가는 소리
사방이 어두운 교차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깨의 신음 소리
삐거덕 거리는 뼛속의 아우성
밤만되면 찿아오는 나의 벗들이다
함께 놀다보면 정이들어
쉽게 놓아주질 못하는데
병원에서는 나쁜 친구라 만류 하지만
나이들면 옹 그렇다는 장모님의 말씀
천장에 맴돌아
함께 부둥켜 안고 딩굴다 보면
환해지는 창밖의 별빛이
나의 고통을 데리고 나간다
새싹
옹이에서 붙은 불
세상 밖으로
비명을 지르며 순산할 때
옹이마다 빨려들어간 햇살이
자리를 잡고
뽑아내는 음보인가
물관부를 타고 골목골목을 달리는 시간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우듬지마다 피워 올리는 아우성이 볼록볼록하다
새로운 기억을 허공으로 내어미는 통증
태반에서 유영하며 평화로운 시간에
모정은 얼마나 많은 구역질과
무거운 세상을 견뎌왔던가
파아란 희망들이
구름속을 걷는 듯 와글거리네
하늘
상현달이 벗나무 꼭지에 앉아있다
마른 손
젖은 손
보이지 않고 언제나 달빛 뒤에 숨어 두 손 비비며
무한한 사랑 베풀어 주신 은혜
생각 밖으로 맴돌며
애만 먹인
당신의 고달픈 살림살이
별들은 초롱초롱 빛나기만 하는데
구름속에 묻힌 눈물
속 마음 까맣게 타들어가는 아픔조차 모르고 살았으니
그 시간 다 흘러가고
텅빈 가슴 들여다 보니
깊고 깊은 허공속에 파아랗게 돋아나는 그리움
철늦은 가슴 움켜쥐고
고개숙인
아, 나의 엄마다
구름
마음의 언덕에 앉아
고갤 떨구니
지난 생각들로 가득해진다
파도가 잠든 수면은
말없이
외로운 구름의 기억을 품고
세상에 놓인 나의 생처럼
흩어졌다 모였다
얼마나 많은 바람과 함께 살았나
나이 들어 변방에 앉았으니
스며드는 고요
숱한 인연들이 아득한 시간속에 묻혀
얼어 붙은 산 그림자
양팔 걸치고 방긋이 돋아나는 봄날의 햇살에
수면 위를 걷고있는
네 모습이 한 송이 꽃 같아서
2016년5월21일 부산시사상구가야대로274의길12 주례럭키아파트 7동1102호
키다리 김 규 석(4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