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하스티 posted May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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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위한 시

 

아름다움을 한 단어로 정의했을 때

그 아쉬움과 말도 안 되는 안타까움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난 그저 당신의 이름을 부르리.

 

나를 사랑하지 않는 지혜야.

난 허공에 당신의 이름을 한 채 짓고

긴긴 밤 나의 잠을 그 곳에서 재우리

그렇게라도 나는 당신을 나와 엮으리.

 

지혜야, 사랑한다.

당신의 잠이 듣지 못하는 불쌍한 소리를

나는 내 방에만 쟁쟁 울리고

나는 또 먼지처럼 어느 한 곳에 쌓여

당신의 시선을 구걸하며 비참한 마음을 한 줌, 한 줌 삼키리.

 

지혜야. 사랑한다. 영원히 아름다워다오.

아름다움은 차피 너의 몫이니 그저 숨만 새액새액 하고 쉬어다오.

영원히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나를 도와주오.


***



밤의 허공엔

별빛들이 고래고래 울부짖는데

그 속에는 당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선명하다.


아름답다.

별들의 무덤이 당신을 위해 밤이 되고

낮을 집어삼켜 나의 우울을 당신에게 드린다.


예뻐주세요. 살아있어 주세요.

영영 그리하여 있어주세요.


별은 결국 태양에게 갉아 먹힌다.

나는 사라지는 비명들을 그리워하며

당신의 모습을 잊어버린다.


그래도 예뻐주세요.

그토록 아름다우시니 부디 숨만 쉬어주세요.


***


시인의 혓바닥


길게 뽑고 잘라버리시오.

횟집에서 내오는 당근 조각처럼

어여쁠수도.

아님 시인이란 이름으로 당신을 토막내는 나처럼

추악하고 더러울수도.


길게 뽑고 잘라버리시오.

손목은 죽음이니 깊고 진하게 베어

백지를 그 위에 가득 뿌려주시오.


나의 모든 걸 주고 나의 모든 언어를 당신에게 바치리다.

죽도록 사랑하니 나를 가져주시오.


***


소돔


죄를 가득히 심어놓은

어리석은 몸은 한동안 소멸감을 앓고

나는 그 작은 도시에서

당신의 이름을 그리네.


다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찌 나만 악이고 나만 그리 미운지.

당신의 혐오감을 가득 모아

나의 피부에 뿌려주오,


싹이 자라 뿌리를 내려 살점을 흐드러트리고

당신에 대한 죄악감에 죽어가며

당신의 이름 위에 나를 덧칠하지 못하도록.


나를 잊지마시고 언젠가 문득 내 생각이 나실 때

황혼처럼 다가와 나를 도륙내주시오.


***


머나멈에 당신의 얼굴을 두고

 

저기 검고 끈적하고 슬프고 그런 것에

당신의 얼굴을 두고

나는 잠시만 떠났다 옵니다.

 

당신은 무지개로 허공에 산란하든

들숨과 날숨으로 나의 폐 속을 야릇하게 맴돌든

하나의 카메라로 불쌍하고 정액냄새가 하루를 마무리 짓는

나의 서러운 인생을 비추든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그저 머나멈에 당신의 얼굴을 두고

잠시만 떠났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맛에 살다

당신이 머나멈 이었는지 뭐였는지 모를 만큼 늙어버려

오직 당신뿐이었던 저의 모든 것들을 화단에 묻어 흙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