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너라는게 언제부턴가
내 인생에 들어와 있다.
내 인생이 나 혼자 살기만도
버거운 것 같았는데,
그래서 '너'라는 단어는 들어올 자리도
없는줄만 알았는데.
너랑 함께해서 그런지
내 어깨가 좀 더 가벼워진 것 같고
꽃 향기도 더 진해진 것 같고
앞 길이 막막하던 일들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아.
이제는 너라는게, 원래 나와 하나였던 것 처럼
나는 내 인생의 모든 모퉁이에서
너의 모습을 찾고 있네.
너의 곁에 있으면, 모든게 한 층 아름다워져
목소리만 들어도, 난 그자리에 잠들 것 같아.
한 번 더 내 손을 잡아줘.
한 번 더 날 꼭 안아주고
한 번 더 내게 입맞춤 해줘.
나도 그럴 수 있게.
사랑의 때
사랑이 오는 때.
삶에 지쳐 허덕이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는 삶이 얼마나 고된지를
경쟁적으로 털어놓는 때.
그렇게 지친 일상에서, 휴가와도 같은
자신과는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
꿈 같은 나날들에 흠뻑 젖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는 때.
그리곤 다시 지친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때, 문득
내 인생에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해
그 빈틈에 당신을 꽉 채워넣고 싶은 때.
내 인생 모든 빈틈에 꽉 들어찬
당신을 만날때면,
내 인생 모든 것들이
새롭고도 다르게 느껴지는 때.
고장난 새
어딘가 고장이 나서
날지 못하는 새는,
추락할 우려도 없이
그저 살고만 있었다.
문득, 왜 나는 이렇게 평온하지?
평온한데, 그저 평온할 뿐이지?
싫증을 느낀 새는, 싫증의 몸부림으로,
팔을 흔들었다.
서서히 떠오른 몸의 새는
세상이 무서워지고,
한편으로 재밌어져서,
날개짓을 즐기며 살아간다.
새는 세상의 양 끝을 보게되었고,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보았고,
가장 추한 모습과 아름다움을 보아서
현재는 아기새에게
부드러운 날개짓을 가르친다.
사랑
사랑은 그 이의 아픈 모습조차
흉한 모습조차 서슴없이 껴안을수있는 모습.
아픈 모습이 너무 크고 상처받아
껴 안는 순간, 오물이 옮겨 묻고 생채기가 날 수 있지만,
한 순간도 그런 걱정 하지도 않은 채
그 아픔에 정면으로 입 맞춤 하는 모습.
순수하고 바램없으며 의도가 없기에
너무도 따뜻한 그 포옹에
상대방을 부끄럽게 할 수 있는 기세.
내 존재만으로 슬픔 그 자체인 순간들에,
당신은 내게 유일한 행복이어라.
가슴 시리고 외면 당해 외롭고,
차갑고, 아픔을 느낄 때
그저 내 곁에 있는 것 만으로
내게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깨우쳐줄 수 있는.
당신의 이름이 바로, 내게는 사랑이어라.
거리
모든 일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고,
거리보다도 진실됨이 중요하고,
그보다도 열정이 있어야 하지만,
거리가 없이는 오랜 시간이 걸려.
단지 너와 내가 붙어있는 와중에도
우리 둘 사이엔 서로의 가시를
비낄 거리가 필요하고,
다툼으로 인해 너와 화해하고자 할 때에도,
서로의 시야에서 비껴나갈 거리가 필요하고.
너와 같은 곳을 보고 걸어갈 때에도,
우리 둘의 믿음의 징표인
서로의 손을 잡을 만한 거리가 필요하고.
너와 부대껴 사랑을 나눌 때에도,
요동치는 너와 나의 심장 박동이
새어나갈 만큼의 거리가 필요해.
거리는 필요로 되어서 중요하기 보단, 중요하기에 필요로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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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태준
010 - 5313 - 5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