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공모전 시 부문 응모

by kitty88 posted Jun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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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소실점 끝 살아 있는 너의 눈빛

 

모든 것이 선명하게 푸르른 날

너와 함께 나눈 추억은 희미해져 간다

 

산도 하늘도 바다도

푸르름이 짙어져 가는데

 

너와 손잡고 걷던 거리

풍경들은 안개라도 낀 마냥

흐릿해져 간다

 

혹시 눈에 무엇이 들어갔나 싶어

눈물을 흘려 보고

너에게 받은 선물

둘이 찍은 사진

을 꺼내 보아도

모두 빛이 바래 있다

 

옆에는 아주 선명한 푸른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페르시안 고양이

너도 날 꼭 이렇게 바라봐 주었지

 

그래, 너의 눈빛만은

진한 커피 향을 마실 때처럼

짙어져 간다

날 바라보던 눈빛

산소호흡기를 낀 채

살고 싶다고 말하던 그 눈빛

 

모든 것이 선명하게 푸르른 날

너의 눈빛이 하늘에 떠 있다

 





백조의 호수가 운명교향곡으로 바뀌는 순간

 

커피 한 잔과 시작되는 신문 읽기

평범한 일상의 시작점

 

살짝 열린 창틈으로 들어오는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

창 아래 그르릉 소리를 내며

누워 있는 페르시안

잔잔하게 울리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소한

행복감

평화로움

 

잔잔함을

최대한 느끼며

펼친 신문

 

- 충격적 묻지마 여성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

 

그 타이틀 밑에

형체

그건 너와 비슷한

아니

너와 똑같은 너였다


어느새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으로 바뀌어

귀를 때린다

절묘한 타이밍

 

베토벤의

음성이

운명교향곡

음표와

섞여

들려온다

- 운명은 이와 같이 두들긴다

 

너를 만나는 동안

난 수많은 사인을 보았다

몸에 새기는 사인

난 그 사인과 싸워야만 했다

급기야 너는 12층에서 던졌다

내 페르시안을

 

도망쳤다

네가 없는 곳으로

네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곳으로

 

그런데 넌 신문 속에 있었다

너의 소식을 보았다

 





나오코는 내 처음 사랑이자 처음 아픔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기즈키가 죽었다

나오코도 죽었다

미도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냐고 물었다

안 괜찮다고 대답했다

미도리가

옷을 벗었다

나오코의 아름다운 몸이

보였다 

미도리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

상실상실이 만나

쾌감이 되었다

쾌감은 이내 불쾌감이 되었다

미도리는 나오코가 아니다

어둠이 찾아왔다

그때 어디선가

비틀즈의 Norwegian Wood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코 씨의 목소리가 기타 소리를

타고 내 귀로 들어왔다

- 주위가 어두우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려봐.

한참 동안 눈을 감았다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내일 죽기로 결심했다

 

손목 긋기

수면제 몽땅 입안에 털어 넣기

목 매달기

한강에 뛰어들기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연탄불 피우기

…….

 

스스로 죽는 방법들

내일 어떻게 죽을까.

 

무미건조한 삶

꿈이 없는 삶

사랑해주는 이 없는 삶

 

내가 죽어도

누구 하나

장례식에 오려나

 

어차피 죽을 건데

이런 고민 다 무슨 소용

 

오늘은

정말 한 가지 방법을

정해서 내일 꼭 죽는 거야,

결심하지만

용기가 없다

죽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구나

 

깨닫는 순간

쓸쓸해진 마음

삶을 살아갈 용기도 없는데

 

이도저도 아닌

땅과 하늘 사이 중간

공중에 붕 떠 있는

 

그래, 그래도

난 내일 죽을 거야

내일

내일……

내일………

내일…………

 





어른어른거리던 내 어린 시절이 어른되다



- 너 뭐가 되려고 그러니?

어린 시절

사고라도 치면

엄마가 매일 하던 잔소리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

- 어른이 될 거에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난 지금 어른이

되었나

생각해 보면

어른

정의조차

모르겠다

 

어른

의미를

곱씹으며

거울을

본다

 

외모는

분명

어른인 듯한데

정신세계는

어른어른하다

 

엄마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 너 뭐가 되려고 그러니?





이름 : 최유정

메일 : holybooks@hanmail.net

연락처 : 010-2832-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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