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든 생각
비행기 안에서 본
잔잔한 풍경
사실은
바쁘겠지
변화
처음엔 소나기였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그런 종류의 비였다. 그랬었다.
하지만 이내 단비처럼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와
내 마음의 가뭄을 어루만져 주었다.
시간은 흘러
장마가 시작되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길고 지루한 장마.
이미 내 마음을 질척하게 만들고도 남을 만큼.
태풍이 휩쓸고 간 건 마지막 마음
그 속의 고요는 무관심이었다.
그렇게 태풍이 가고
우리는 헤어졌다.
제철
담장 너머 삐져나온 복숭아나무 그늘 아래
툭 떨어지던 덜 익은 열매하나
뭐가 그리 부끄러워 볼만 발갛게 물들였느냐
뭐가 그리 급해 발걸음을 빨리 하였느냐
제철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툭 떨어졌던 열매하나
그리고 나
침대 속
아침잠이 길어진 까닭은
기대할 오늘이 없어서일까
그런 존재
우리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다
너뿐이다 라는 믿기 힘든 말 보단
너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점심시간에 밥 먹을 사람을 생각했을 때
힘들 때 술 한 잔 마실 사람을 생각했을 때
밤 길 걸으며 전화 한 통할 사람을 생각했을 때
보고 싶은 사람
너에게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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