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by 안승현 posted Jun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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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이윽고 계절은 가을로 흐르고

못다 피어난 꽃

뒤늦은 봄 사진처럼 피어오르네.

 

만발한 꽃 보아도 외롭고 쓸쓸한 것

저기 다가오는 바람의 탓인가

저기 떠나가는 구름의 탓인가

 

하늘 올려 보아도 멀기만 하여

손끝도 위로받지 못하네.

가을, 하늘, 청명한 것

마냥 좋을 줄만 알았더니

 

하늘 한 뼘이나 멀어진 것

그렇게나 서럽다.





달이 너무 작아 서향으로 걸었네

 

달이 너무 작아

서향으로 걸었네.

걷고 걸어 머리 위로 달이 뜨거든

조금이나마 커질 줄만 알았지.

 

달이 너무 작아

서향으로 걸었네.

밤하늘 달은 외로이 노란 빛이라

나 다가가는 것 보이거든

조금이나마 기뻐할 줄만 알았지.

 

만월이라 도리어 작아 보이는

쓸쓸한 초여름 달이

너무 작게만 보여 서향으로 걸었네.





나의 그리움은 너를 잊었다.

 

사랑에 상대가 필요하듯

그리움에도 누군가 있어야 할 줄 알았지.

 

너를 그리워하다 너를 그리워하다

누군가 그리워하다가

어느덧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나를 보았지.

 

나는 이제 팔다리 없는 소문이 되어

평생을 뜻 모를 그리움으로만 지내련다.

저기 달 옆을 서성이는 달무리처럼.

밤에 오는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하늘 잔뜩 덮은 꺼먼 비 비린내처럼.




이상. 

 

이상이 현실로 돌아선 날.

 

날개 퍼덕이며 하늘로 오른 이카루스는

숨이 막혀 내려온 것.

평생 거북이 꼬리만 보며 달린 아킬레우스는

사실 외로울 뿐인 것.

 

한 평생 너의 발자국을 따르며

정작 마주치거든 조용히 숨 죽여.

눈 밖에 사라질 때 까지 조용히 숨 죽여.

기어이 멀리 보이거든 그제야 움직이는

 

사내, 외로운 사내.

 

오늘도 그대, 별을 노래하는 까닭을

달을 그리는 까닭을, 저기 섬을 부르짖는 까닭을

뼈 시리게 알아버렸네.

 

사내, 외로 우는 사내.




밤은 눈을 깜빡이고.

 

...그렇게 새벽이 찾아왔다.

별은 짙어 달은 바삐 움직이는데

나는 홀로 누워 눈만 껌뻑이고 있다.

 

어쩌면 움직이지 않을 세상 모든 것들이

눈 껌뻑거리며 나 살아있다 외치면 그제야

그렇게 움직이는 것일지 모르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다.

별은 짙어 달은 바삐 움직이는데

나는 그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내가

그저 있다.

 

별똥별이 떨어진다.

 

달은 어제와 달리 뜬다.





성명    / 안승현

연락처 / 010-6311-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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