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따뜻한 거리에 내 발자국 내밀면
흩날리는 너의 입들,
쌓여있는 입들을 보고 있자면
밟힐까 걱정스레 발을 내밀지만
어느새 녹아들어 시원한 바람이 피어난다.
알바트로스
바보새야,
바보새야,
폭풍 속 즐거이 춤추는 너의 모습은
너무 나도 아름답구나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
하늘에 닿는다면
너의 부끄러움 그 곳에 두고 오렴
그릇
나는 그릇입니다.
넘치고 깨지면
담지 못할 것을,
사라질 것을,
더, 많이
더,
더, 원합니다.
장미
장미들이 속삭인다.
"나 하나쯤 사라져도
아름다울거야"
갓 혼인한 신부의 볼처럼
불그스름한 장미가 다시한번 속삭인다.
"나 하나가 어떤이에게는
마음속 서랍에 넣어둔 그런 존재 일거야"
바나나
나는 죽기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한 없이 올라가기만 배웠던 나에게
죽음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법을 알려줍니다.
가장낮은 자리로 내려간 나에게
나는 나누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게 나는 죽음으로
또 다른 너를 세워줍니다.
이름: 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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