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시 공모

by 아름다운가을 posted Jun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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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도

 

그림자가 붉게 져버린

예성강 자락

지금은 저 멀리

가깝고도 그늘진

북녘의 서늘한 총구 끝에

비교할 수 없는 벽란도의 찬란한 위용이

문득 찰나처럼 스치는 까닭은

개방과 폐쇄

희망과 절망

떠오름과 가라앉음

그 빛조차 희미한 이곳

최북단에 서 있다

눈감으면 극명하게 떠오르는

슬픈 항구의 노래.

굴곡진 시간과 공간의 틈바구니에

물결에 반짝이는 전설이

한 폭의 그림처럼

갇혀버리다.

 

 




누이

 

절망보다 깊고

슬픔처럼 차오르는

울음을 누르고 있었다.

어린누이는 개처럼 이끌려

참혹한 지옥의 문턱에서

도살 전 짐승의 눈으로

두려움을 죽이며

짓밟히고 찢겨져도

살아내야 했다.

지울 수 없는 잿빛 멍은

군홧발에 채일 때마다

하이얀 홀씨처럼

산천을 떠돌았다.

그 누가 침 뱉으랴

벗을 수 없는 낙인

들을 수 없는 말소리

울리지 않는 잔인한 총성마저

영원히 봄처럼

땅에 묻혀버렸는데.

 

 




영웅

 

스크린에 나오는 영웅들을

우리는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세상을 구해냈고

악은 형편없이 물러나야 했다.

 

다가올 어제를 배우다

터져 나오는 울화로 잠을 뒤척였다.

나라를 구하려던 영웅들은

갇혔고 박탈당했고 구름처럼 흩어졌다.

 

나는 기억해내지 못했다.

햇빛 속 먼지처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오늘과 공기와

저 흙덩이마저

한줌의 핏값으로 치뤄졌다는 사실을.

 




 

차라리 폭파해버리자고 했다.

분쟁보다는 평화가 낫지않겠느냐고

 

진실을 헐값에 팔아버리려 했다.

눈먼 자들은 부끄러움을 몰랐기에

 

힘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돌로 된 섬에는 외로운 새들이 날고 있었고

꿈을 간직한 새들은 세대를 다해 경주하고 있었다.

 

 

 

 

 

 

하나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

누구도 노래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하지만 원하지 않는,

 

1+1=0,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인가

1+1=1

다르지 않기 때문에 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평행하지 않는 두 선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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