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서 시를 썼습니다.

by 한비 posted Jun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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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밤에 쓴 시

 

, 무릎에 그리움의 얼굴이 언뜻 스친다머릿결을 쓰다듬을 수가 없었다손을 차마 올리고숨소리가 들린다자고 있다창밖으로 먼 눈길다시 비가 온다너의 숨소리를 조금씩 만져보는 빗소리는 창을 두드리며 나에게 외치는 격렬한 비난이다외로움이 뒤척인다너의 꿈에서도 비가 내릴까.

 

창밖으로 먼 눈길, 너의 숨소리를 본다.

 








숙취가 남은 저녁

 

잘 가, 인사를 하면

골목 모퉁이를 돌 때까지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팔을 휘젓는 뒷모습이 전부인 사람

그의 등 뒤로 노을이 졌고

그가 움직이는 공기에선 노란 풀꽃이 피었다.

20살 초반을 노란 풀꽃과 함께 보낸 것이다.

함께 술을 먹던 지난밤도

그 사람의 입에서 풀꽃향이 났다.

아니 소주향이 났던가, 그리고 된장국을 먹었던가,

내가 힘들다 했던가, 잊어 달라 했던가,

눈물을 흘렸던가,

자욱하게 담배를 피웠던가,

그런 그를 어쩔 수 없었던가,

그 모습마저 새초롬했던가,

지금은 숙취가 된 기억을 초점 없이 더듬을 뿐이다.

나는 어딘가 쓰려져서 해장국을 삼킨다.

팔이 군데군데 멍이 들어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해장국이 비려 눈물이 났다.

낡은 해장국집 뒤로 노을이 진다.

나의 22살 어딘가가 지고 있다.

모퉁이를 돌 때까지 돌아보지 않는다.








너의 밤에게

 

너는 한 마리 귀뚜라미가 되는 거야.

이 밤엔

다 들리게 울어도 좋아.

 








가랑비 그대

 

비가 오시면 떠올리는 사람이었지요.

이러다가 금방 그칠 거라고

마음 한 켠에 내버린

콧방귀였던 사람

오늘도 구름은 마르고

나는 우산을 펼 일이 없습니다만

이를 어쩌랍니까.

비는 두고두고 평생 내리는 것을

두고두고 내리시는

조용한 그대

끈질긴 그대








은밀한 신새벽

 

신새벽이라는 말을 알려준 이가 있다.

첫새벽이에요, 해도

너그러이 웃으며

손짓 한 번에 신새벽을 부르는

이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첫새벽이 아니라 신새벽이 온다.

또다시 신새벽,

어느새 당신이 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놀라 뒤척이는 나에게

머릿결 한올한올

신새벽엔 괜찮다고,

신새벽엔 괜찮다고,




고한비

010-3353-5983

rhgksq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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