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창작콘테스트 공모

by Jenosis posted Jun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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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길

시간의 길을 갈 때에는 모두가 뒷걸음질로 간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로 간다
멀어져가는 시간을 보며 손을 뻗었지
잡히지 않는 줄 알면서도 거두지 못 했지
지금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여기 남은 기억을 부를 것을 알면서도
의미 없이 손을 뻗고 있지
그때 왜 후회만 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며
또 다시 후회만 하고 있는 나를 보아
내 앞길을 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인 것을
고개를 돌려 옆에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아
순간 그 바보 같은 짓은 너를 잡지 않을 테니


오랜 친구

내가 세상에 나올 때부터 나와 발붙이고 놀던 친구가 있어
손짓 발짓 하나까지 나를 너무나도 잘 아는 그림자
나는 그렇게 바닥을 보고 살았어
내 모두를 알아도 손길 한 번 뻗어주지 않던 그림자
주저앉은 나의 등 뒤로 차오르는 따뜻함에 흠칫 놀라
그제야 처음 하늘을 바라보았어
이제야 처음 오랜 친구를 마주보았
너무 눈이 부셔서 보이진 않지만
왠지 너는 울고 있는 것만 같았어
등 돌린 나를 끝까지 감싸준 네게
나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엔 할 수가 없어


여름의 편지

누군가는 지금도 억울한 비난을 받는다

내가 나쁘게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자랐다
맡겨진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수는 지금도 나를 향해 날아온다
사람들은 내가 더 많이 일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더 열을 내서 일한다
늘어가는 건 왜 비수 뿐인지
나는 모든 것을 관둬야 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도 억울한 비난을 받는다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여 비난을 받는다


시계

초침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커다란 시계판 위를 벗어나지도 않고
중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간다
분침도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시침과 꼭 닮기도 했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닿아 있다
시침이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가만히 보면 모르다가도 어느새
저편 하늘로 저물어가는 태양처럼

우리에게 때를 알려주는 세 개의 바늘은
한 치 어긋남도 없이 맞물려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꿈을 꾸었다
가만히 누운채 하늘을 날아보고
세계일주도 하고 영웅도 되었다
꿈을 꾸었다
종일 돌아다니며 연봉을 알아보고
안정적인 것을 찾고
꿈을 가르치는 어른이 되었다.


김민섭 / k95419@naver.com / 010-844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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