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합니다.

by 도탄 posted Jun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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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등껍데기의 달팽이

 

우리 집에는 거북등을

이고 있는 달팽이가 삽니다.

젖먹이 적, 그 등에 올라타

말 위에 앉은 듯

털썩거려봅니다.

 

이제와 퍽, 안쓰럽게 느껴져

내 등에 타보라고 슬프게

말해 봅니다.

거북등을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해 봅니다.

 

지금도 뙤약볕, 어디선가

벽돌 짐을 지고 계실

내 아버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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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어르며

 

다소곳이 피어있는

꽃이 예뻐

한 송일 꺾어

조그마한 유리병에

넘치듯 물을 부어 꽂아두었다.

 

꽃의 낯빛이 점점 바래진다.

불꽃처럼 피어있던

꽃잎이 어느새 한줌

재가 되었다.

 

꺾지 않은 꽃들은

여전히 불꽃같음에

서막은 곧 결말의 시작인 것을

그리하여 당신을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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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못다 핀 꽃이지만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작열했던 작년4

그대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달력 장을 열두 번 찢어낸 지금

나 홀로 걷고 있습니다.

 

그때

꽃잎들을 다 쏟아내었던

나무는 또 다시 꽃을 피워냈건만

그대는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네요.

 

내 눈에서

꽃잎들이 아지랑이처럼 쏟아집니다.

땅을 적시는 이 꽃잎들을

얼마를 흘려야

그대 귓가에 닿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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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벤치에 앉아

한줄기의 햇빛도 용납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주변은 온통 침묵에 잠겨있다.

 

무심코 가로질러간

잔디밭

밟지 마시오.

불현 듯, 지나친 푯말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지나온 길 중에

밟지 말았어야 했을 길이

한둘이었을까.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걸으며

길게 뱉은한숨은

심란한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하네.

 

다른 잔디밭 앞에 섰다.

밟지 마시오.

푯말이 새로이 보인다.

이 잔디밭에는 아직 발자취가 없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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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가을

 

하늘 끝자락을

붉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먼 산 뒤로

해가 얼굴을 숨긴다.

 

살랑거리는 가을의 속삭임이

추억의 조각들을 부른다.

꼭 지금의 하늘처럼

얼굴이 발그레했던 소녀

내 눈앞에 서있다.

 

긴 한숨에

그리움 하나 실어

던져본다.

속절없이 흩뿌려지는

낙엽들이 말해주어 기억나네.

그 소녀의 이름이

가을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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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자 성명: 유도헌

이메일 주소: 2330rdh@naver.com

HP: 010-4851-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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