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딱딱하다 외 1편

by 임호준 posted Jun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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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다>


그 곳의 의자는 언제나 딱딱했다

손은 알 수 없는 낙서 가득한 책상 위에 묶이고

발은 퀘퀘한 냄새 나는 마룻바닥에 붙였다


허리를 세우고 고갤 들어라 엉덩이는 바짝


나무의자엔 목각인형이 철제의자엔 로보캅이

멍청하게 외고 있다 기호는 연산되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곳만 바라본다

누군가 나의 실을 움직여 주길 바라면서


그 곳의 의자는 언제나 움직이지 않는다



<우 산>


발걸음을 잃었다

곧은 길을 사라지고

얽힌 골목길만이 방황한다


하늘은 먹물이 터져 하얀비를 내린다

머금은 눈물이 하얗게 터져내렸다


우산은 비를 가린다

그러나 비를 가리진 못한다


왜 몰랐을까


우산이 있다고 비가 내리고

우산이 없다고 비가 내리지 않는게 아닌 것을


모든 비는 그칠 비


우산을 접고 젖은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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