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창작콘테스트_시 공모(5편)

by 띠리링 posted Jul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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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기차가 떠난 기차역에
나 혼자 덩그러니

 

떠나는 기차 따라가도
기차는 저 먼 발치에

 

안녕
안녕
안녕
입술로는 수백 번
팔은 아프도록 흔들었건만

 

발은 플랫폼을 떠나질 않고
억한 그리움은 기차역을 떠나질 않네

 

때마침 내리는 비가 조용히 위로해주네

 

*

 

그저 하늘만 본다

 

하...
어김없이 다가오던 시험기간들
이젠 마지막이라니
이보다 더 반가운 이별은 없다
그게 무어라고 밤잠까지 설쳐댔는지

 

지난 12년 간
의무교육이란 명목으로
같은 밥을 떠먹여주던 그 때
우리의 개성따윈 없었다
누구를 위한 교육이었던가

 

어김없이 다가오던 11월의 아주 추운 날
그게 무어라고 백일기도까지...
누구를 위한 시험이었던가

 

토익
토플
자격증​
어학연수
누구를 위한 스펙인가

 

하...
땅이 꺼질듯한 한숨에
하늘은 그저 아무말 없이 바라본다
그런 하늘을 그저 바라본다

 

어느 것 하나 잘난 것 없어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졸.업. 예.정.자.

 

**

 

어미새

 

활기찬 상가의 아침 뒤로
그늘진 웃음 하나

어미새는 오늘도 애환을 빚는다
뒷편 어미새는 애환을 버무린다
건너편 어미새는 애환을 부친다

 

지글지글 촤~~촤~~​

 

앗 뜨거, 에라이

 

종치고 배춧잎 세는 낙으로
퇴근길 막걸리 한 잔하는 낙으로
또 하루 해는 저물어 간다

 

모이를 기다릴 많은 입들을 생각하며
땅에 질질 끌리던 축 쳐진 날개를
힘겹게 젖혀 올린다

 

***

 


 

크고 넓은 산등성이 만큼이나 인자한 품은
말없이 묵직한 가르침을 준다

 

오르긴 힘들어도
미끄러지긴 쉽고

 

한 순간의 생각으로 발 헛디디면
아차하는 순간에 낙엽 구덩이로 쏙

 

꼭 가고야 말겠다는 일념이 흐려질때쯤
어디쯤 왔나 뒤돌아보고
다시금 정상을 바라보며
입을 지그시 앙 다물고

 

보이지 않아도 있을거란 확신이
내 발걸음을 이끌고
다시금 마음을 동여 맨다

 

미친듯이 길을 오르다
나 혼자 오르는 길인줄 알고 잠시 주춤하면
저 먼 발치서
지팡이를 지고 가는 뒷모습이 들어온다

 

두 갈래길에 늘 고민하지만
반드시 정상은 있다는 믿음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왜 이리도 바람은 거센지

 

온몸으로 마음으로 스며드는 바람이지만
너와 나
서로 바람막이 되어
오늘도 묵묵히 산을 오르는구나

 

****

 

차라리 혼자가 맘편해

 

장보기
차라리 혼자 보는 게 맘편해
음식
차라리 혼자하는 게 맘편해

 

내 눈 앞에 살아있으시는 한
음식은 양껏
적당히는 안돼
나눠도 나눠도 끝이 없는
오병이어의 기적

남편에게 밤 까달라 맡겼더니
노가리만 까고 있고
티비 앞에 왕이로세
딸래미가 전 부치겠다고 나서지만
넌 안도와주는게 돕는게야

 

내 맘 둘 곳 없어

조상님께 신세 한탄 늘어놓지만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뿐


뼈마디 쑤셔대는
내 몸같지 않은 신호에
굽은 허리 힘겹게 펴본다
어이쿠야

 

조상님
오늘 마음껏 잡수시고 가세요
이 내 마음의 짐도 가져가세요
명절 증후군도 가져가세요
다음번엔 해 해...외에서 모실게요

 

아가야
너의 수고 이미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눈물 젖은 설거지 더미
쌓여있는 제기들을
하나 둘 씩 닦아갈 때
쌓여있던 울분도
굳어있던 화딱지도
씻어낸다

 

*****

 

감사합니다.^^

응모자 : 장미랑  sungmo-0915@hanmail.net   010-9036-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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