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쉿,
바닥과 살이 떨어질 때 내는 비명소리
쉿,
문을 깨울 때 더 자고 싶어 부리는 잠투정
쉿,
1도 너무 커 !
...
새벽은
고요해서 시끄럽다
눈 속 미행
차갑게 반기는 처음 (이었지만)
늘 까만 밤 속에서 처음 빛났던 낯선 존재
(너를) 따라가다
(나도) 존재하고 싶어서
(네가) 도망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따라오라는 손짓인 줄 알고
(너를) 쫓아가다
선명히 찍혔던 발자국은
눈보라에 감춰 달아나고
흔적을 찾으려 애쓰던 몸부림은
미동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부재중 소통
당신과 제가
저기 저 말 없고
표정 없는 기계였다면
TV와 라디오쯤
이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채널과
주파수를 맞춰놓고
혼자 떠드는 방송과
자신의 사연만을 늘어놓는 라디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주제의 그림을 그리며
서로의 그림만을 비난하고 있어요
우리는 말 없고
표정 없는 기계이고
TV와 라디오이에요
왜곡
직선으로 그었건만
왜 곡선이라고 말하는가
총의 절규
총소리는 온 누리에 울려 퍼졌다
총의 절규, 총의 비명소리였다
총의 존재는 분명했다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알맹이가 없는 빈 총을 겨누어도
알맹이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총의 껍질을 겁내며
몸을 벌벌 떨었다
철컥
장전된 총은 방아쇠에서
긴장이 흘러내린다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총알을
꾸역 삼켜 목에 걸쳐 놓았다
하지만 뱉어낸다면 너의 심장에 박히겠지...
탕
누군가를 저격하고 쏘지 않은 총알은
정처 없이 떠돌다 누군가의 머리를
관통해버렸다 박히지 않고 계속
관통하다 벽을 마주하고서야 멈췄다
탕 탕
허공을 향해 두 발 쏘았다
로켓처럼 잠시 솟아올랐다
그리곤 다시 내게 떨어질 줄
알았던 총알은 떨어지지 않았다
침묵...
그 속에서 나는 다섯 발 정도
쏘아댔지 그리고 다섯 번
절규했다
마지막 총알은
누군가의 머리를 향했다
아주 가까웠다
나는 너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한번 더, 마지막으로
절규했다
변화의 목격자
보 았 니?
보 고 있 니?
볼 꺼 ㄴ
하긴
들여다보지 않으면
몰라
...
변화의 목격자를
찾습니다
0 1 0 -
벚꽃 지는 봄
벚나무 아래
매 발목에 묶어줄 편지에
글귀가 써 내려지면
살랑이는 바람과 흔들흔들 춤을 추는 벚꽃 잎
벚꽃잎 틈새
온빛이 내려 살며시 감기는
눈, 부심에 녹아내리면
어느덧 열 번째 보는 벚꽃잎들 왈츠 추는 광경
봄, 벚꽃잎 만개한 봄의 절정
우리의 계절
봄,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을
사라진 계절
계절은 왈츠처럼
돌아 돌아
봄은 다시 찾아올 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사뿐히 툭, 툭, 툭 내려놓는 분홍 잎
아 밤새 봄비가 내려 벚, 감성에 젖었군
아 꽃잎 축 쳐지고 떨어져 벚, 찝찝해진 봄이었군
벚꽃 져도 4월에 하루
여전히 봄 너와 나의 계절이 건만
우리는 다시 꽃을 피우고
사랑 깊을 연인들 보다 영원할 벗이란
믿음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타임캡슐처럼 추억으로만 묻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름 모를 이곳에
다음 해에는 피지 말라는 듯 바위 얹네
벚꽃 지는 봄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