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편과 중간중간에 짧은 시 두세편

by 미성 posted Jul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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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쉿,

바닥과 살이 떨어질 때 내는 비명소리


쉿,

문을 깨울 때 더 자고 싶어 부리는 잠투정


쉿,
 
1도 너무 커 !


...



새벽은

고요해서 시끄럽다
















 눈 속 미행



차갑게 반기는 처음 (이었지만)
늘 까만 밤 속에서 처음 빛났던 낯선 존재

(너를) 따라가다
 
(나도) 존재하고 싶어서

(네가) 도망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따라오라는 손짓인 줄 알고

(너를) 쫓아가다

선명히 찍혔던 발자국은
눈보라에 감춰 달아나고
흔적을 찾으려 애쓰던 몸부림은
미동을 잃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부재중 소통





당신과 제가

저기 저 말 없고

표정 없는 기계였다면


TV와 라디오쯤

이지 않을까요

서로 다른 채널과
 
주파수를 맞춰놓고


혼자 떠드는 방송과

자신의 사연만을 늘어놓는 라디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주제의 그림을 그리며

서로의 그림만을 비난하고 있어요


우리는 말 없고

표정 없는 기계이고

TV와 라디오이에요
















왜곡



직선으로 그었건만


왜 곡선이라고 말하는가























총의 절규


 총소리는 온 누리에 울려 퍼졌다
 총의 절규, 총의 비명소리였다
 총의 존재는 분명했다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알맹이가 없는 빈 총을 겨누어도
 알맹이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총의 껍질을 겁내며
 몸을 벌벌 떨었다
 
 철컥
 장전된 총은 방아쇠에서
 긴장이 흘러내린다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총알을
 꾸역 삼켜 목에 걸쳐 놓았다
 하지만 뱉어낸다면 너의 심장에 박히겠지...
 
 탕
 누군가를 저격하고 쏘지 않은 총알은
 정처 없이 떠돌다 누군가의 머리를
 관통해버렸다 박히지 않고 계속
 관통하다 벽을 마주하고서야 멈췄다

 탕 탕
 허공을 향해 두 발 쏘았다
 로켓처럼 잠시 솟아올랐다
 그리곤 다시 내게 떨어질 줄
 알았던 총알은 떨어지지 않았다

 침묵...
 그 속에서 나는 다섯 발 정도
 쏘아댔지 그리고 다섯 번
 절규했다

 마지막 총알은
 누군가의 머리를 향했다
 아주 가까웠다
 나는 너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한번 더, 마지막으로
 절규했다

















변화의 목격자
       

보 았 니?
                   
보 고 있 니?

볼 꺼 ㄴ


하긴
    
들여다보지 않으면

몰라

...

변화의 목격자를

찾습니다

0 1 0 -
















벚꽃 지는 봄



벚나무 아래
매 발목에 묶어줄 편지에
글귀가 써 내려지면
살랑이는 바람과 흔들흔들 춤을 추는 벚꽃 잎

벚꽃잎 틈새
온빛이 내려 살며시 감기는 
눈, 부심에 녹아내리면
어느덧 열 번째 보는 벚꽃잎들 왈츠 추는 광경

봄, 벚꽃잎 만개한 봄의 절정
우리의 계절
봄, 그리고 더 이상 볼 수 없을
사라진 계절

계절은 왈츠처럼
돌아 돌아
봄은 다시 찾아올 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사뿐히 툭, 툭, 툭 내려놓는 분홍 잎

아 밤새 봄비가 내려 벚, 감성에 젖었군
아 꽃잎 축 쳐지고 떨어져 벚, 찝찝해진 봄이었군

벚꽃 져도 4월에 하루
여전히 봄 너와 나의 계절이 건만
우리는 다시 꽃을 피우고
사랑 깊을 연인들 보다 영원할 벗이란
믿음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타임캡슐처럼 추억으로만 묻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름 모를 이곳에
다음 해에는 피지 말라는 듯 바위 얹네

벚꽃 지는 봄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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