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
꽃바람이 꽃보라 일으키는 봄에
우리 함께 꽃전먹자 약속하지 않았느냐
진달래같던 너 두고
어예 진달래만이 예 있는게냐
꽃보다 꽃같은 사람두고
어예 진달래만이 예 있는게냐
같이 노나먹자던 꽃전이
무어 때문인지 참으로 짭쪼롬하구나
숲처럼 살아주어
시나브로 푸른빛을 잃어가는 둥그런 땅 위에서
너는 그 푸른 마음을
잃지 않기를, 잊지 않기를…
뉘가 요란스레 발자고를 남기고 가도
저 예 가는 하늬에게
그 우에 닢 두어 개만 떨구라 말해주어
뉘가 몰래 능금 베어먹고 가도
그저 버린 씨에 싹이 트게 해주어
뉘가 네 안에 둥지 틀어도
바람비 피하게 마른 가지 주어
사로잠 자는 저 이에게 닢좀 주어
그렇게 가나오나 너 부디 숲처럼 살아주어
웃는 사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건
아니,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건
이제 네모난 사진 속 당신뿐이네요
내 손에는
웃고 있는 수십 장의 당신이 있어요
벌써 당신의
우는 모습이
화내는 모습이
뾰로통한 모습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가물가물해져 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매 순간을 추억이라며 사진 찍을걸…
너는 벚꽃
내가 가장 약해질 무렵에 만개하여
너는 나를 뒤흔들었다
너는 너무 찰나에 피어버려서
알아차리지 못 했다
어느새 너를 보니
너의 눈에서 꽃비가 내리더라
그 모습조차 아름다운 너에게 넋이 나가
네가 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 했다
나는 너에게 아픈 봄이었나
결국
너는 나를 이겨내고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블루베리 나무
뿌리 내린 나무들을 밀어내고
뿌리 내린 꽃들을 밀어내고
뿌리 내린 잡초들을 밀어내고
나는 여기 뿌리 내렸다
여기저기 욕을 하네
저기 있는 버드나무 아지매
바람이 불어 잎이 떨리는지
분노가 치밀어 잎이 떨리는지
파르르 떨며 말했다
니가 있는 그 자리는 내 친구 자리야
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반겨주는 이 없어
미풍에도 바들바들 떨었다
저기 나 데려온 이 다가오자
여기저기 욕을 하네
한통속이다 불타버릴 놈 같으니라고
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말라가는 마음에도
비를 맞고 햇볕을 쬐니
잎이 나버렸다
꽃이 피어버렸다
열매가 맺혀버렸다
보이지 않던 그이가
사람들 몰고 나타나더니
저마다 바구니 하나씩 들고 있더라
여기저기 욕을 하네
이번에는 누굴 잡을라고, 잡놈들아
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잔인하게 내 멱을 비틀어
바구니를 채워간다
내 아가, 내 아가
어떤 놈은 눈앞에서 입으로 털어 넣어
아작아작 씹어먹더라
타버릴 놈들, 타버릴 놈들
그 놈이 인상을 찌푸리며
내 아가의 잔해를 가래와 함께 뱉어냈다
아아…저기 한 번 본 이
내게 다가오더니
파렴치하게 이리저리 만지더니
나를 뽑아버렸다.
여기저기 욕을 하네
어유 꼴 좋다, 어유 꼬셔
나좀 살려줘 나좀 살려줘
뿌리 내린 나무들을 밀어내고
뿌리 내린 꽃들을 밀어내고
뿌리 내린 잡초들을 밀어내고
나는 여기 뿌리 내렸다
그건 내 잘못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