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나는 어무니와 아부지의 자식이어서
사랑받고 평등하게 자라
반항하지 않는다
내려오는 말씀은
귀로 듣고
입으로 내뱉어
문장의 끝엔
마침표를 송곳으로
뚫어놓는다
구멍을 따라 실을 꿰매니
주저리주저리
네문단으로 삶이 쓰여진다
반듯하게 물음표 없이
읽혀 가는 글을 보니
허망하고 슬프다
달빛
나무 사이 가로등이
내게는 달이 되어
달빛이 인조가 되어
감정이 싸구려가 되어
그리움이 일방이 되어
추억이 파는 것이 되어
사랑이 술안주가 되어
이빨이 시리다
인연
오늘 밖에 못 볼 얼굴들
뚫어지게 쳐다보자
기분 좋은 통화하는 척하며
흘긋흘긋
눈동자에 박아 넣자
다시는 아니 올 오늘의 사람들이니
구라 이어폰을 귀에 박고
목소리도 듣자
귀를 열고 듣는 목소리는
자리를 떠도 그곳에 머무니
신발과 양말과 가방과 안경과 점까지
아무도 보지 않는
여덟시의 그대들을
우리가 보자
그림
그녀를 그린다면
눈부터 그리겠어
그대를 볼 수 있었던 곳
눈밖에 없었으니
비록 나를 비추진
아니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찾으니
눈부터 그리겠어
밤벌레
나는 밤의 벌레들과 함께한다
시선을 피해
벽 틈 사이 녹물 흐르는 곳
부스러기만을 받아먹다
따뜻한 빛들 사라지면
더듬더듬 기어 나오니
알아도 모른 척
해주는 그대들과 함께 살아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유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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