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창작콘테스트 데뷔작

by 감성시인 posted Aug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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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다

                                                        

 

우리 아버지는 무섭다.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털끝 하나 조차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방심하여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보았다.

 

도둑이다.

 

어떤 버릇없는 놈이 아버지의 갈대밭에 손을 대었다.

그것도 들키지 않게 가운데서부터 손을 댄 악질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의 눈은

서있지 않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커버린 나는 이제는 자유롭게 아버지의 갈대밭은 살펴볼 수 있었다.

 

도둑놈은 활기를 띄었고

백색증(白色症)까지 퍼져 참 보기가 그랬다.

 

나의 눈은 서서히 일어섰다.

 

아버지의 무서움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무서움에 가려 보지 못했던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나의 눈은 완벽히 선 상태로 물을 쏟아냈다.


도둑을 찾았다.


 

 

 

SNS


 

작은 틀 안에서

몇 번의 두드림으로

세상과 소통한다더니

 

홀로 노래 부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네.


 

 

 

 

 

                                               

 

오늘은 당신을 잡을 거에요.

 

준비해 둔 음식만 먹고

모른체 가시던 당신을

 

올듯 말듯 고개만 빼꼼

내 속을 태우던 당신을

 

다 알면서 툭툭 쳐보며

마음만 흔들던 당신을

 

오늘은 그런 당신을

그냥 보내지 않을 거예요.

 

오늘은 당신을 꼭 잡을 겁니다.

 

 

제목 : 은갈치

 

 

 

 

 

솔방울

 

 

만져볼 일 없었다.

만져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바라만 볼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스친 그것에

거친 세월을 이겨내며

또한 함께 거칠어진 그 솔방울이

그 자신이 아닌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음을 깨달은 순간

그것을 가만히 움켜쥐었다.

어릴 적 쥐었던 사탕마냥.

 

아버지의 솔방울은 참 따뜻했다.

 

 

 

 

추수(秋收)

 

 

그대들이 흘린 땀은

곡식을 거둔 것이 아니다.

 

이 얼마나 숭고한 단어인가.

 

그대들은

이 가을을 거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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