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by 누구세여 posted Aug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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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상

 

추억에 젖는다

바로 어제처럼 몽롱해지는

여민가슴이 과거의 숨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그때의 겨울은

동맥을 관통하는 설레임

지금의 먹먹함과는

어울리지 못해 서로 부끄럽다

 

오늘의 여름이

어제의 겨울을 얘기하면

몽실몽실 피어나는 나의 사랑이 추억이

불협화음속에서 긴장과 애잔함과

낭만 풋풋함과 오늘의 불안감을

오묘하게 뒤섞는데

 

이순간엔 여름도 겨울도

아련함과 미련도

서로를 기억하지만

그 때를 품어보는 씁쓸함은

돌이킬 수 없는 무상감이다

 

바다

 

너랑 걷는 이 길에서

바다가 돋아난다

 

지나가는 자동차는

소멸하는 파도가 되었고

 

우리 서있는 검은땅은

모래알의 그림자를 그린다

 

검붉은 하늘에

짜디짠 바람냄새 묻어나고

 

저멀리 건물틈으로

빼곰허니 눈치보는 요노옴!

창백하게 질린 허연빛깔

 

하지만

반은 희고

반은 노란

반-달이 끌어품으니

 

적막함을 잊은 우리의 웃음은

푸른 바다보다도 더 잔잔히 빛나

또 다른 바다를 기꺼이 토해내는 중이다

 

새로운세상

 

최후의 나뭇잎

깨질듯한 주름

간신히 부여잡고

미풍에도 치열한 사투중

 

실보다 가는 나뭇가지위에서

풀지못한 한을

끝내 놓지 못하고

 

나딩구는 나뭇잎의 비참함이

싸늘하게 서어린 모습에

 

바삭해진 연륜의 잔금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파릇파릇한 푸른빛 감도는데

허황된 꿈은

아직도 붉게타고

 

찬란히 빛나는 태양아래

더욱 애처로워지는 몸부림

 

무관심 속에서

더욱 고독해지는 최후

그리고 새로운세상

 

학원가는길

 

엘리베이터의 도르레가 아침부터 열심히 움직인다

잠은 잘 잤는가

 

시작부터 울어대 좀처럼 그칠줄 모르는

도로 위에 자동차도 서리서리 모여든다

너희는 왜들 발발 떨고 있는지

 

역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도

한층한층 상승 그리고 원점으로

다시 상승

다시 원점으로

그 위를 더 빠르게 내걷는 사람들

 

열심히들 살지만

머릿속엔 근심 한덩이 두덩이가 있으려나

나로썬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른다

나 역시도 휴대폰과 노트북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니

 

아이돌 한명이 굉장한 인기를 누비고 있다

그런데

그 소녀 눈동자 맺음새에 슬픔이 쥐어있다

웃음이 버거워 보인다

눈동자는 끊임없이 비애를 말한다

 

최후의 만찬

 

“엄마 얘가 누꼬?”

“으녀이가?”

“엄마 얘가 누나가 동생이가?”

“누가 동생이가?”

 

“엄마 얘는 누꼬?”

“너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엄마 얘는 누꼬?”

“넷 낳으라 했다 안카노...”

 

“오빠는 엄마 병원에 안데려가고 모해쌌노!”

“모르겠다 돈이없다 돈이”

 

“언니야 아버지 제사는 지내야한다

아무리 그래도 제사는 지내야한다

제사는 후손들을 위한거다 언니야

엄마 제사는 지내야 한다...아버지 제사는 꼭 지내야한다...“

 

“언니야 이걸 읽어야칸다, 이렇게...

시누이가 몰래 쳐다본다 언니야“

“저 때문에 지 새끼들도 할머니한테

똑같이한다안카노! 불쌍한 울엄마다“

 

“엄마 얘는 누꼬?”

“얘가 누구가”

“엄마 내 아들아이가 왜그래싸노 자꾸

군대도 다녀오고 대학교도 다닌다 안캈노“

“아이구야 벌써 군대도 다녀와서...씩씩한 사내대장부가 되기라”

 

“엄마 왜 벌써 집가? 4년만에 할머니 본거잖아”

“응..너네 불편할까봐...”

“엄마도 똑같애, 이모도 똑같애, 누가 누굴 탓해?

이렇게 가면 안되는거잖아 4년만에 와가지고”

“누나도 똑같애 누나나 잘해. 할머니 전화는 한통도 안받잖아”

“니도 똑같지. 니도 입만 살았잖아!"


"응 아빠, 이제 올라가. 할머니 만나 뵙고 밥도 먹었어, 이제 올라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