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사소 posted Aug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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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



동남아 작은 나라 태국의 수도에는

더 작은 자유의 도로가 있다

자유와 젊음이 있고

너와 내가 있다


웃음이 가득한 사백 미터 도로에는

늦은 새벽까지 춤과 노래가 있다

각자의 배낭을 매고 떠나온 사람들과

그들을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가져온 배낭에는 설렘으로 가득 차고

구름 없는 하늘 태양보다 강렬한

서로의 눈맞춤이 가득하다


이른 아침 탁발하는 승려들도

늦은 저녁 기타치는 음악가도

너의 손을 잡고 걷는 나도

모두 행복이란 질병에 옮았나 보다


그림자 속에 숨겨두던 부담감도

가슴 한 켠 남겨뒀던 고민들도

야외 펍에서 마시는 창맥주에 녹아든다


동남아 작은 나라 태국의 왕궁 옆은

더 작은 행복의 도로가 있다

달그락 달그락 목각두꺼비 소리가 들리는

카오산로드가 있다




댓글



한 마디 실수조차 아름다운 밤에

무엇이 맘에 들지 않는지

체온 없는 손길로 목을 죄고

감정 없는 글자들로 다시

고독한 아픔을 축복한다


차가운 피가 터치고

심장에 멍이 들어도

끝날 줄 모르던 매질은

마침내 하나가 울컥

삶의 우울을 토해야만

막을 내린다


발가벗어진 살 가죽은

더 이상 붙질 않고

부서진 고막 속에는

계속 욕지거리만 울린다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보니

모두 앞을 못 보는 환자들이다

깜깜한 밤에 서로의 가슴을 찌르는

단어로 가득하다





이름



가을 노을 지는 저녁에는

아스팔트 위로 여러 이름들이 나뒹군다

초록색 새파란 꿈을 가졌던

붉은색 완성을 이루고는

어두운 흙빛으로 떨어진다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갈빛 이름들을 밟으며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이미 떨어져 버린 것

적색 노을이 바라보고 있음에도

부서지는 이름들에

내민 손을 받아준 적이 없는 것은

내가 이미 부서져 버린 것


먼저 붙잡아 주는

너의 온기를 모른체 한건

내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기 때문이다.




나의 방식



새까맣게 밤을 칠하고

빛나는 별들을 가득 그린 것은

어두운 밤이 외로움에 빠질까

근심해서 였다


모질게 질책하는 말을 듣고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은

한 마디 한 음절에

네 남루한 가슴이 상처 받을까

염려해서 였다


나는 내 발밑을 보지 않고

내 사람에게 잊혀짐을 두려워해

사소한 단어조차 넘기지 못하고

스스로에 더 큰 슬픔을 안겨준다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고수해온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도 내키지 않아

나는 오늘도

나의 방식대로 자취를 뿌린다



거울



한여름 날

더위를 피하려 들어간 카페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사람들로 붐비고

나는 홀로 외로움을 달래려

인터넷을 검색한다

관심 없는 몇 개의 가사를 읽고나니

아이스티의 달콤함에 시간이 넘어갔다


하루를 허비한 줄 알지만

열정이 더 허무함을 겪었기에

더 이상 쏟을 열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노력하면 될 줄 알았던

그 순수한 어린 날이 그리워서

술잔을 기울인다


친한 친구에게 온 문자는

마치 거울을 보듯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한탄과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그 사이의 고민 뿐이다

문득

거리의 청춘들이 모두

내 친구로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인지

모두 같은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 이어야만 한다





김수성

kyrian001@naver.com

010-3668-5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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