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에게도
살아온 날이 얼마 지나지 않은 자에게도
나란히 걸어가는 시계추 다리 사이로 드리우는
무언의 외침에는
마음 없는 재촉에
칭얼대는 아이의 울음만이
앞서가는 자에게도
뒤따르는 자에게도
유일한 손짓
단 하나의 몸짓
짐짓 눈을 감는 체하지만
밀려드는 세월의 아우성에
고개를 든다.
절규
가리워진 생의 이면에는
시커멓게 들끓는 절규가 있고
사라져버린 생명의 숲에는
말라버려 뒤틀린 비명이 떨어진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것은
내 안에 틀어박힌 죽은 아이.
꿈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무지개야 너는 어디로 갔느냐
내 다리를 붙잡고 눈꺼풀을 누르던 너는 어디로 갔느냐
길고양이의 교태 섞인 아우성에 너를 잃고 말았구나
헛헛한 내 가슴 속에 아기 새 한 마리 둥지를 틀어놓고
사르락 사르락 두 팔을 부비며 너는 어디로 날아갔느냐
한낮에 꾼 꿈처럼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8월 4일
시끄럽게 지껄여대는 매미 소리가 싫어
덩달아 욕지거리를 툭-
하다가도
땅 속 10년 생각하면
뒷걸음치는 연민의 덫.
다시금 처연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어른의 시간
책임이라는 말로
선택이라는 말로
짓눌리는 시간이야 말로
내 인생의 시작이자 말로
어른이라는 말로
사회라는 말로
타협이라는 말로
정해진 길로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그것의 잣대야 말로
세상의 말로,
어른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