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서있는 본새가
어정쩡하여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
사푼히 웃으니
고꾸라지는 네가
나를 향해 웃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초롱초롱하던지
얌전치 못한 네게 사랑이 피어와
웃음을 입가에 걸곤
따스한 바람도 한 자락 머금어선
부풀어진 내 가슴 한편에
날아갈까 봐 너를 껴안는다.
아가야, 아가야
이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글 한잔
어떤 이가 남는 건 사진뿐이라 하였나
여기 그때 그 마음 한 스푼과
여기 그때 그 몸짓 두 스푼과
여기 그때 그 바람 한 컵을 넣은
불 없이 따스한 글 한 컵이 있다.
맛보지 않아도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감미로운 그 느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글 한 컵이 있다.
들리지 않아요
나비에게는 오직 빛과 어둠밖에 없지요
저 멀리 빛나는 등대를 쫓아
하늘 높이 떠있는 별을 쫓아
앞에서 치이고 뒤에서 치이며
위험에 어둠으로 은신하더라면
작은 손짓 하나에도 날개가 찢겨
외날개로 하늘을 헤엄치던
나비.
아아, 그래도 나비는 날아오르지요
들리지 않는 나비에게는
빛이 아니라면 어둠밖에 없기에
오직 빛과 어둠뿐인 나비는
오늘도 외날개로 별을 향해 날아가지요
따스함이 서린 저 먼 하늘로
더. 더. 점점 더. 더 높이.
애벌레는 상상도 못할
하늘 속 항해를 펼치우지요.
하루
책상에 놓인 반쯤 담긴 생수병
갈 곳을 헤매다 책상에 쌓인 책들
담기는 것 없이 공책에 수놓아지는 까만 글자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7시 48분
어제의 나를 오늘로
오늘의 나를 내일로 보내우는
작디작은 일상 한편
눈물에 잠긴 도시
밤에 잠긴 도시는
강에 반짝여 밝디 밝은데
제 눈에 잠긴 도시는
어연 일인지 뿌옇디 뿌옇습니다
흐릿히 아름다워진 도시에
미소를 잠시 흘리울까하니
볼 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
아아, 다시 도시는 밤에 잠기고
강에 비추어 밝디 밝아질 뿐
나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흐린 시야로
일망의 기대는 그 강에 다시 모셔논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