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jsunh5906@naver.com posted May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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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마도


타오르던 해는 뉘엿거리며 산 너머로

나의 곁에는 해를 닮은 것들만이

그저 햇빛을 흉내 낼 뿐인


사랑을 말하기에는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를 마주하고


던지는 시선에는 의미가 가득할까

그렇기에는 한없이 가볍게 나불거리는데


흐르지 않는 강은

웅덩이와 다를 바가 없고

그 주위를 길을 따라 걸으며 서서히 돌아가며

나는 서서히 그래 서서히 무너지며


하늘은 햇빛에도 달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제 몸에 색을 덧입히고


구름은 언제나 끝을 모를 곳으로

내가 닿지 않을 닿지 못할 곳으로


가로수 그늘은 그림자에 먹히고

그 그림자에 몸을 누이며

어제에 서서 내일을 바라본다



2. 거울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내가 내가 아니게 된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


빛나는 사람은 어둠이 더 편해

자기가 밝다는 것을 무엇보다 쉽게

남들에 비교하며 알 수 있으니


남들의 혀는 나를 조각해내

숨긴 감정의 형태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면서


가만히 멈춰있을 수 없어

의미 없이 펄럭이던 두 다리


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잡기 위해 손을 뻗어보아도

되려 애꿎은 쥐고 있던 것들만 

바람에 날려 버렸다


신이시여 꼭 저여야만 했나요

저 많은 사람들을 두시고


다시는 기도하지 않으리

다시는 갈구하지 않으리


무릎 꿇고 기도한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치 않게 도와달라고

내 안의 당신의 존재를 지워달라고



3. 갈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아도
가려지지 못합니다

크나큰 세상을 두 눈에 담으려 해도
작은 눈으로는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담아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새긴 발자국들은
내게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되었습니다만
이게 옳은 길인지
끝이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버림받은 길가 위의 버림받은 사람
나무들은 앙상한 모습을 가엾이 여깁니다

이제는 무엇에 대한 마음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손등을 덮은 당신의 문양들은
나를 더욱 외롭게 할 뿐

당신을 그리워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하루를 보냅니다

터덜터덜 힘을 잃은 두 발로 거리를 걸어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입니다

당신에게 씌여진 색안경은
모든 것에 어둠을 더해
모든 것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일 테죠

바람은 난 데서 오고 가는 데로 저뭅니다

세상에 덤덤해지는 날
나는 아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는 상처 입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외로움

외로움은 모두를 집어삼켜
끝내 남은 것은 나 혼자
줏대 없이 걸으며 길을 가늠해보아도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 곳에서
홀로 눈물 흘린대도 아무도
그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요
남몰래 아파하고
누구도 알지 못하게 신음 내뱉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이리도 혼자 아픈가 봅니다
수없이 많이 나눈 이야기들을
나는 혼자서 곱씹고 다시 생각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외로운 사람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존재가 없어야 할 사람들
아무도 없는 거리 위를 걸으며
결국 마침표를 찍어야만 하겠지
서러운 이별의 마지막을 걷어내야 하겠지요
헤어지기 싫어 감기는 눈을 흔들어 보아도
결국엔 닫힐 뿐인
더이상 홀로 걷는 것은 외로워요
힘에 부쳐요


5.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 없었던 일이 되겠지요

나답지 않던 말과 행동들이
모른 척 당신을 안던 나날들이

정오의 거리에서 꿈을 꾸는듯한 느낌
걷고 또 걷다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가시덤불

모두 없었던 일이 되겠지요

당신이 좋아해 나도 좋아하게 된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먼지처럼 남아있겠지요

당신을 안으려던 나의 손을
냉혈하게 뿌리치던 당신

그래요 차라리 없던 일로 해요 우리
우리는 서로를 만난 적이 없던 거에요

그렇게 깔끔하게
서로를 비워내기로 해요



장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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