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창작콘테스트 시 5편 응모

by 부산글쟁이 posted May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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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생을 디자인해드립니다

 

드디어 당신의 차례입니다.

아주 좋은 땅을 고르셨군요.

이 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불모의 땅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 한 명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곳엔 아침과 밤이 있고

사계절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마저도 저들끼리 변덕스러우니

그 어떤 것도 믿지 마시고

아침에는 태양빛으로 희망을 심고

저녁에는 별을 따다가

당신 옆에 놓아둘 것입니다.

매일 인사 하는 별들과 달을 지나치지 마시고

칠월 칠석(七夕)은 견우성과 직녀성이 오작교(烏鵲橋)를 건너는 날이니

사랑의 애절함에 같이 눈물을 흘리시길 바랍니다.

이곳에는 당신 하나 밖에 없지만

당신만으로도 밝게 빛나길 가꾸겠습니다.

까만 밤하늘 속에서 모든 것이 환하게 보이는 날

그 날은 다시 당신이 온 곳으로 가는 날입니다

우리가 헤어지는 날입니다

그때 그 곳에서 만나는 이에게

이곳에 대한 얘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목 : 점집 앞에서

 

용한 점쟁이간판은 없어도

모두 입소문으로 아는 점집

 

내 팔자가 궁금하여 찾아온 곳에는

팔자 바꾸고자 쌀 한 가마니씩 들고 온 사람들

 

복채 이만 원에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세상사 팔자소관이라는 말만 들었다

 

점쟁이 왈, 나흘 뒤 만개한다던 매화나무

방금 내 두 눈앞에 핀 것을 보았나니







제목 : 오일장

 

겨울바람이 살갗을 파고들기 전

평생 사랑할 것 같던 이의 오일장 치르고

 

산에 기대어 버티는 절벽처럼

이생에 가까스로 버티며 사는데

마지막 발걸음이 닿은 곳은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던 백암오일장

 

모두가 살기 위해 있는 곳

모두가 삶의 발악을 하는 곳

살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이곳에 나와 같은 무력은 없다

 

팔고 사러 모여드는 이곳에

사는 게 무엇인가, 하는 사색은

팔자 좋은 놈의 넋두리일 뿐

팔고 사는 것이 사는 것이오

 

한사코 거절해도

순대 국밥 한 그릇 권하는

아지메 호객행위에 한 숟갈 뜨고

염치없는 배부름과 한 사발의 눈물

 

 

 

 

 

 

 

 

 

제목 : 백 국화

 

길 건너 꽃집에 들어서니

첫 눈에 시선을 빼앗는

장미, 천일홍에게 눈길을 주다

 

우연히 마주친 흰 국화들과

겸연쩍은 눈인사 한 번

모여 있던 옹기종기 국화들

날 보고 꺄르르 웃음 터지고

 

어여쁜 꽃가게 아가씨가

국화를 한 아름 건네줄 때도

날 보며 베시시 웃고 있었다

 

그것들을 품에 안고

납골당(納骨堂)가는 차 안에서도

국화들은 웃고 있었다

 

눈치를 주며 흘기니

꺄르르 웃어 재끼다가

침묵의 함박웃음 지으며 또 웃는다

 

그 웃음보니 무너지던 억장이

억지로 틀어막은 슬픔이

아주 그냥








제목 : 낙동강 하구로부터 십킬로미터

 

옛 선비들은 마음 아플 때 멀리 떠나가는 방법을

때로 군주와 떨어져 무엇에 기대려 했을까

맞은편 강둑에선 보리들이 타들어가며 익어가고 있다

그저 바라보기위해 심었을 뿐

가난한 시절의 허기에 기대려는 것일 뿐

익어간다는 건 누군가의 입속에 기댄다는 말도 되었다

낙동강 하구로부터 십킬로미터

내게 도착할 수 있는 거리면서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표시인지도 모른다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경계는 아닐는지 그 생각으로 돌아섰다

몇 발자국 떼자마자 내 마음은

시시각각 변할 것이다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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