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 등 5편

by 하이에나김 posted May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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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드러누웠다.

 

한쪽 눈 찡그려 하늘 보니,

살짝 들춰진 옷매무새가 알싸하다.

 

처마 밑으로

구름이 끼어든다.

 

시린 눈

앞마당에 내려놓으니

 

멍멍이는

새침한 밥그릇

괜한 심술을 부린다.

 

담장너머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발바닥을 내어준다.

 

조금 있으면

호미 들고 들 나가신

우리 엄니 돌아오실터.

 

기다림 잊으려

애써 장작에 손을 댄다.




개 밥그릇

 

눈이 내렸다.

다행인지,

부끄럼 살포시 가린다.

 

수줍은 첫날밤 설렘이어라.

사락사락 꽃송이는

벌거벗은 수줍음 가려준다.

 

쑥스럼 가득한 어제의 기억,

주인집 문이 열리자

나를 꽉 채운 따스한 온기.

 

이어지는 포효에

살짝 투정도 부려봤지만

꽁꽁 언 내면의 순결은 어느새.

 

거친 촉감은

짜릿한 자극으로

온몸을 달구고.

 

달그락 달그락,

나를 맡긴다. 나를 길들인다.

 

희미해지는 열정이

못내 아쉬워

괜스레 부린 내님의 심술.

 

숙명이련가!

덩그러니 팽개쳐진 욕망의 흔적.

 

다행히도

밤새 내린 순결이

거친 숨결을 잠재운다.



담장

 

바람이

잠시 헐떡인다.

 

타고 넘을까!

분명,

망설임일 게다.

 

저 고비만 넘기면

우리 님 등잔등에

살포시 내려앉을 텐데.

 

흙내음 맡고

사알랑

마지막 안간힘을 쏟는다

 

내 님 눈치 챘는지

발가락

살포시 오므린다.





호미

 

제격이다.

습한 새벽은

손놀림을 돋군다.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선뜩함이 선을 그린다.

 

휘어진 뒤태,

날씬한 허리,

예리한 눈빛.

 

스르륵!

 

위협하지 않아도

어린 풀 이삭은

자지러진다.

 

상처내기 전

이미 상처 받는다.

 

늙은 아낙의

주름진 손사래는

그침을 모른다.





장작

  

결이 거칠다.

 

생의 갈피에서

안간힘을 쓴 듯.

 

이제

저 친구 보냈으니,

내 차례련가!

 

사알짝

긴장감에

몸을 움추린다.

 

! 이놈 좋네

 

괜스레

부린 몸짓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작성자 : 김희정, 010-6575-7662, gold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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