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29차 창작콘테스트 시 응모

by 객기청년 posted Jun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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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미련 없이 떠나련다.
목련의 흰 햇살을 뒤로한 채.

미련 없이 포기하련다.
차가웠던 마지막 겨울에 아쉬움을.

숨 막히는 순수함으로
쓸쓸해진 외톨이를 외면하고

미련 없이 잊으련다.
담 너머 보이는 목련 아래서.



넘어지는 나무 그루터기에 서서.

남겨진 나무그루터기에 서서 남은 날을 헤아립니다.
멀리 보이는 푸른 향기는 나의 홍채에 더욱 붉게 다가와
숨 막힐 듯한 감탄의 탄식으로
이 여름날의 눈보라처럼 너무나도 따스하며 차갑게 합니다.
살아있는 나의 나이테는 별빛에 늘어나고
죽은 나무의 수명은 빗물에 가늘어집니다.
이렇게 하루는 그대 기억의 백 년 같은 어제와 오늘에
아침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남겨진 나무그루터기에 햇살이 가득합니다.
남겨진 나의 삶에는 빈 공간이 가득합니다.
대지에 내린 뿌리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는 이미 자신에 것이 아님에도.



높이 뜬 공으로.

작은 손
나에게 쥐어진 공,
힘껏 하늘을 향해 날린다.
떨어지는 중력.
파리한 날개의 저편
공은 날고 싶었는지 모른다.
작은 손,
마음껏 소유하려는
두려움을 향한 손짓
그 손짓으로 얻은 것은
내가 던질 수 있는
작은 공.



양지의 피어난 소금기 가득한 향기를 맡으며.

저 수선 위에 흔들리는 어선.
누군가에 의해 닻 내려진 곳.
항구에 잃어버린 배인 양
녹슬어간 육체를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고
파도에 이끌려 다시 먼 바다로.
깊은 바다에 무엇이 있기에
지친 기색 없이 상상으로
긴 여정의 항해를.
그러나 드리워지는 건
수억 년 먹은 태양의 낙조.
그를 따라 하늘 등지고
물속으로 몸을 담가 볼까나.
아직 남겨진 심해로.



상여.

좁은 길,
해지는 산비탈 아래로
키 작은 아이 울음소리
은은히 메아리치네.

숨 쉬는 갈대밭,
설움 섞인 이 여정이기에
누구도 듣지 못하게 소리 내어 통곡한다.

주저앉아 손짓하는
저 바람결.
떠나는 뒷모습 그대로
그믐달 촉촉이 맴도는
상념에 빠지네.

이토록 시린 초여름이기에
뺨 따라 흐른 눈물, 비 따라 떨어진다.



맹주원 
lvrl100828@gmail.com
010.8877.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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