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차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by manse posted Jun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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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는 것은


그리운 이가 있다는 것은

그와 함께한 즐거운 날들일게다


그리운 이가 있다는 것은

그와 함께 녹아들던 일상일게다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서로를 돌보던 그날일게다


무심코 지나온 잔잔한 일상도

빈자리가 된 그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며 아픔일게다


나는 그에게

즐거운 그리움일까

아픈 그리움일까


아픈 그리운 이

즐거운 그리운 이

모두가 귀하디귀한 옛 그리움일게다



아버지와 라면


울 아버지는 유난히 라면을 좋아하셨다

야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는 

우리 라면 끓여 묵으까 하신다

아버지가 끓인 라면은 유독 맛이 달큰하다

어릴 적 아버지는 밀가루를 많이 드셨단다

쌀이 귀한 시절 배곯는 일이 잦았다고

그때 먹은 밀가루가 지엽다 하시면서도

라면은 맛있다 하신다

아직 그때의 허기가 달래지지 않았는지

라면이 맛있다 하신다

울 아버지가 보고싶다

울 아버지가 끓인 라면이 먹고 싶다



민들레


나는 여기가 좋아요

낮고 낮은 곳이지요

풀향기 가득하고 흙내음 머금은 곳

어린 친구들의 웃음소리 가까웁고

어여쁘다 눈길 주며 반기는

나는 여기가 좋아요

따사로운 햇살에 슬며시 잠을 청하고

총총걸음으로 지나가는 새들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슬쩍 쳐다보고

한가로운 오후를 함께하지요

가끔은 장대비에 아플때도 있지만

나는 괜찮아요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함께

외롭지도 않지요

나는 꿈이 있어요

언젠가 멀리멀리 하늘을 날아

새로운 곳으로 떠날거에요

너무도 설렌답니다

가족들과 헤어지는 건 아프지만

나는 행복한 기억들로 참을 수 있어요

친구들이 후 하고 불어주면 

너무나도 푸르른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올라요

드디어 꿈꾸던 여행을 떠나지요

새로운 곳 

새로운 만남들과 함께하는 

낮고 낮은 나의 자리로

행복하게 떠난답니다



회상


여전히 장맛비는 호되게도 온다

아스팔트 위 파닥거리는 빗줄기

제 목숨을 부여잡은 은빛 피라미는 헐떡인다

이 호된 장맛비에 쓸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그 날에

빗속을 헤매이며

삼키고 되새김을 반복하였다

순간 흐느끼는 것은

너의 울음인지

나의 목마름인지

정적을 가로지르는 우리는

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종착지를 알 수 없는

우리의 길로

무언가 이끌리듯 걷고 또 걸었다

한바탕의 장맛비가 지나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단단해지리라고

그래 괜찮다

다독이며 나를 씻기었다

지금을 기억하리라

나를

돌아볼 그 날에는 웃으며 너를 추억하리라

그 날의 우리를



사랑


왕좌 위에 위중한 젊은이 앉아 있다

도인이 나타난다는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한 사내아이가 살고 있었다

나고 몇해 뒤 아비는 세상을 등지고

어미 홀로인 기울어진 세간살이에

형님 내외 조카들과 외떨어져 지내며

생과 사의 농사일에 

설움 밥상 먹고 보니 어린 마음 상처로 얼룩져가고

기댈 사랑 하나뿐인 어미마저 나날이 병약해져 가고 있었다

어미가 떠나던 날

홀로 인생 우뚝 서 보리라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사랑하는 아내 어여쁜 자식들과 

행복한 가정 이루리라 다짐하였단다

세상에 자리를 잡고 보니

국민학교 몇 해 지나온 것이 표식이 되버린 훈장에

억척스레 견뎌온 기술 노동자의 자리도

해를 더해 갈수록 젊은 지식인에게 밀려나고

못 배운 설움 유산으로 남길 수 없다 굳은 신념으로

뼈마디가 아리어 올 때도 괜찮다고 되뇌었다

사랑이 아픈 어린 사내아이는 

약술로 통증을 이기려 진통제로 비워 내고

꿈꿔 온 가정이 슬픔으로 애태우.는 것을 후회한다 하였다

왕좌 위의 젊은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고백한다

무엇이 그리 미안한 일이었던가

제 자리에서 고통 삼키며 홀로 견뎌내지 않았던가

어미에게 가는 날 

나는 젊은이에게 

아주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고백하였다



조윤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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