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얼마나조은지 posted Aug 15,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괴로운 날에



목 언저리는 가뭄을 맞은 듯

쩍쩍 갈라지고


드러 누운 자세는

병에 앓는 듯 불편하고


깜깜하고 낮선 방에는

열려진 창문으로

수시로 조명이 바뀌는

간판불만이 새어들어와


뻑뻑한 눈으로 천장을

한참 보고 있노라면


나 참...

괴롭다...


내일 아침은 속절없이

밝아 올터인데


또 얼마나

일으켜 세우고

또 얼마나

감당해야 할지


어찌 당장

내일을 준비하라는 가요










매미


하늘에서 쏟아지는 때양볕에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내 몸은 타들어간다, 타들어간다

누구는 나무에 누구는 바닥에
바싹 붙어 꼼짝도 안하고 있다

바람 한 점 허락하지 않는
무심한 날씨에 서럽지만서도

그럼에도
내 할일은...
그저 이렇게 뜨겁게 울다
홀연히 사라지면 그 뿐이다

그러니까 기억해다오

때양볕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지만서도

나는 내 끝을 알기에
열심히 우는 거란다










하루살이



하루살이야 하루살이야

나 참 너를 하찮게 여겼었는데
이제는 너보다도 못한 존재가
바로 여기 있었구나

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잠간
쉬어 가는 너에게

여러번 열심히 살아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고 부끄럽다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면
사실은 그게 공평치 않겠니

새삼 잠간 쉬다가 가는
하루 살이의 인생이
나는 참 왜 부러운 거니







고백





풑밭에 새하얗게 피어난 들꽃처럼
내 사랑도 수줍게 부끄럽게
그댈 생각하며 피어올랐죠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그대 눈에 띄기를
그대 맘에 닿기를
순수한 열정의 고백



그런데 정작 그대는
정작 그런데 그대는



내 고개를 꺾어버리고는
향기를 맡다가 내던지네요




아-- 아니구나






물집




예쁜구두를, 예쁜 발을, 예쁜모양을,
흉내내려다 그만 생채기가 났네요




너무나 쓰라린 아픔에 참고 참다가
벗어버린 싸구려 구두.





발뒷꿈치엔 선명하고 빠알갛게
자국 남았겠지요





내 욕심, 내 허영심, 내 부끄러움
또 뭐가 있을까요




커다랗게 잡힌 물집은 천운동화를 신어도
이제는 멀쩡한 척 숨기지를 못합니다




내 젊은 발은 그렇게 곪아가고 있습니다










Articles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