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비 한 방울 내리고
꽃잎 한 잎 피어났다
꽃잎은 그리움으로 피어난 줄 알 리 없고
빗물은 그리움 씻어 내는 줄 알 리 없다
빗물이 꽃잎처럼 피어나고
꽃잎이 빗물처럼 떨어진다
전철 안에서
반쯤 술에 취했고
반쯤 졸음에 흔들리다
눈 뜨였다
맞은편에 앉은 처자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 하다
까르르 웃는다
연두 빛 싱그러움
내 젊은 날의 꿈
그런 그리움
흔들리는 전철 안 가득 쏟아졌다.
바람
바람이 바람을 몰고 와
바람을 휘저었다
올 때보다 더 빨리
바람이 바람을 가져갔다
바람 바라며 산 세월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지나갔다
칠십 넘는 세월 내내
바람은
그렇게
바람같이 지나갔다
이사하는 날
긴 목 빼 올린 고가사다리에
애환 한 아름 실린다
대관령쯤에서 밤새 달려 온 하얀 바람
숨어있던 설움을 헤쳐낸다
서른네 평 구석마다 엉겨있던
곰팡내 나는 어제와 그제
더 오래된 아물지 않은 상흔들
힐끔 고개 내밀고
앞 다퉈 탈출을 시도한다
배때지 까집고 엉덩이 디민 과거
고가사다리에 올라타며
힐끔거리는 순간
오늘은 새로운 과거되어
5톤 탑 차에 갇힌다
이명(耳鳴)
겨울 초입
쓰르라미 한 마리 귓속에 날아들어
다문다문 울어대길래
고향집 뒤란 거니느니 했다
해 바뀌어
입춘 우수 지나 경칩 문턱
난데없이 폭설 휘날렸고
덩달아
철모르는 쓰르라미
눈송이처럼 나부댄다
응모자 : 김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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