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 외 3편 -
1. 귀신 1
만질 수 없는 사람.
눈으로만 느껴지는 사람.
원한이 얼마나 크기에
형체 없는 몸으로
이승을 이리, 저리 떠돌아다닐까.
굿을 해도 소용이 없는
사람 아닌 사람을
어떻게 해야 저승으로 잘 보내줄 수 있을까.
2. 귀신 2
불쌍한 사람.
난로 하나 가져와 손 녹여주고 싶은 사람.
자신은 몸 잃어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는데
악마는 얼굴 바꿔 천사처럼 살아가네.
더욱더 서글픈 것은
사람들이 악마를 몰라봐
애꿎은 귀신만 질타하는 일상.
누구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을까.
그런 그들의 혼은
누가 저승에 데려다줄까.
3. 발냄새
아버지의 정취가 담긴 그곳.
냄새 한 번 고약하지만
또 다른 나의 아버지인 그곳.
당신의 아내를 사랑하며,
당신의 자식을 바라보며
매일을 순환고리에서 산 당신은
쉼표 하나 없이 무한히 달렸다.
중간에 걷고 싶진 않았을까.
눈물 보이고 싶진 않았을까.
처음 아버지의 냄새를 맡았을 땐
사람마다 가진 특유의 향수라 생각했다.
그저, 조금 독특한 향이라 여겼다.
그다음 당신의 냄새를 맡았을 땐
당신의 삶이 느껴졌다.
고독하고 쓸쓸한 당신이 떠올랐다.
아련했다.
당신의 안경 속 보이는 눈빛이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나는 그 눈빛에 속삭였다.
당신을 이제야 봐서 미안하다고.
이제야 당신의 삶을 알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4. 가슴으로 품은 아이
내 아이가 아닌들
나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닌가.
내 친자가 아닌들
내가 사랑하면 되는 게 아닌가.
자꾸만 정이 가고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내 아이가 아니고서야
그렇게 되겠는가.
저 아인 나를 엄마라 부르는데
내가 엄마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 아이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내 핏줄과 달라도
내 외관과 달라도
분명 내 아이가 분명한데
왜 주위는 나를 말리는 것인가.
나는 저 아이의 엄마인데.
5. 나라는 사람
빵집 주인이 그러데.
나 같은 사람 또 없다고.
빵은 모르면서 빵맛은 아는
별 희한한 사람이라고.
옆집 이웃은 그러데.
나 같은 사람 또 없다고.
불은 여기저기 다 켜 놓으면서
얼굴은 생전 보이지 않는다고.
내 친구가 그러데.
너 같은 사람 또 없다고.
울다 지칠 줄은 모르고
계속 우는 사람이라고.
우째 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지,
한마디도 할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나와 부렸어.
나를 다 내보이기 싫어서.
여짝도 날 알고,
저짝도 날 알아서
그냥 떠나버릴까 생각 중이고만.
니는, 니는 어쩐대.
니도 나처럼 그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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